최근 감독당국을 찾아 갔더니 한 건설사 관계자들이 대출 만기연장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대출은 은행에서 받았을텐데 감독당국에 만기연장을 요구하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못해 빗나간 일탈행위라는 지탄의 소리도 높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안해준다고 은행에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요즘엔 청와대나 감독당국을 먼저 찾아가 민원을 넣는 분위기"라고도 말했다.
실상이 이러니 정작 건설사들의 일시적 자금난을 해소해주기 위해 만든 대주단협약 가입을 왜 안 하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는 냉소마저 번져가고 있다.
은행이 돈을 풀지 않아서 어렵다는 취약한 업계의 하소연에 실체가 묻히고 있다는 지적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는 이명박 대통령, 감독당국의 입을 통해 은행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대출 주문으로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자금중개 역할을 하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돈을 풀어 금융과 실물이 원활히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건설사의 경우 엄연히 대주단 협약이라는 대책과 창구를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거래 은행을 믿지 못하고 다른 창구를 활용하려고 하니 굳이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꺼리는 것은 평판리스크에 노출되고 은행에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금융지원을 요청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확인을 꺼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형건설사 한 고위 임원은 "대주단에 가입할 때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를 보면 법정관리 수준의 것"이라며 "혹이 이 정보들이 새어나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현금흐름과 자산 등을 모두 거래 은행에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신규대출이든 만기연장이든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선 최근 결산서는 물론이고 자금계획서 등을 은행에 내야 한다.
자금계획서 안에는 단기·중기 현금입출금 현황 및 자금수급계획을 비롯해 각 사업장별로 공사진척도, 미분양 현황, 어음 기일 및 상환 스케줄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자산보유 및 투자현황 등을 모두 거래 은행에 제공해야 한다.
특히나 수많은 사업장을 갖고 있고 복잡한 현금흐름을 갖고 있는 건설사라는 업계 특성상 쉽지 않다는 지적들이 건설사와 금융계에서 제기된다.
또 이같은 상세한 자료 제공이 자칫 경영권 간섭 혹은 박탈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에 기자와 만난 한 시중은행장은 "건설사들이 채권은행들의 관리를 받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주단과 은행연합회의 설명회에서도 이같은 질문과 의혹이 쏟아졌다.
당시 대주단과 은행연합회는 "워크아웃 과는 달라 만기연장 한다고 구조조정을 요구하진 않는다"며 "다만 신규자금을 지원할 땐 어떤 명목으로 빌리고 제대로 쓰는지 확인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물론 경영권을 뺏거나 경영에 간섭하진 않겠지만 채권자로서 돈이 떼일 염려가 있을 땐 결국 자산매각 등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주단 협약이 아니더라도 돈을 빌려준 사람으로서, 그리고 해당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불특정 예금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도 늘상 해왔던 것이라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은행 돈은 막써도 되는 유휴재원이 절대 아닌데도 올해들어선 무조건 지원하라는 압력이 난무하고 거기에 기대 은행들이 안 도와준다는 아우성만 있다.
그러다가 고객이 맡긴 예적금이나 은행을 믿고 은행채를 사준 투자자들의 돈이 떼일 수밖에 없도록 허술하게 돈을 내줘도 된다는 말인지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미약하나마 그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