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성 불문하고 투자자 찾지 못해 '발만 동동'
- "도급순위 상관 없어 어려움 가중 상위사 속출"
대우자동차판매의 ABCP 만기일인 지난 10일, 2000억원을 상환해야 했지만 채권단에 들어온 돈은 한푼 없었다.
다음날 대우차판매 자금팀 직원들은 아예 출근을 동양증권으로 했다. 부도위기를 넘기기 위해 만기연장을 협상을 위한 것, 오전이 돼서야 발행기관인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측과 연장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에 역할을 한 동양증권의 관계자는 “대우차판매는 한달에 1000억원 현금이 들어오는 곳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봤으며 매입약정이 돼 있어 최악의 경우 다른 회사가 매입하게 돼 있다"며 "PF대출 또한 충분한 담보를 갖고 있어 문제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엔 신성건설이 회사채를 상환 못해 부도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등 건설사의 위기설은 더 이상 설(設)이 아닌 현실이 됐다.
시장에서 “다음에는 누가 유동성위기를 드러낼 것이냐”는 분위기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대우차판매나 신성보다 상위사에서 유동성 문제가 나올 곳이 있다”고 전했다.
◆ ABCP 회사채 만기→저축은행서 차입…한계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는 건설사는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통상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나 회사채로 1년짜리 단기나 3개월 차환을 하는 식으로 돈을 구했는데,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금융시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PF 금융 규모는 6월말 기준 97조1000억원이며, 이 중 대출이 78조9000억원, ABCP가 15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큰 자금줄 역할을 할 은행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유동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상반기 신용등급별 부동산PF ABCP 발행현황을 분석한 결과, A1급 발행건수 비중은 3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2005년 66.6%, 2007년 39.3%과 비교할 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A3 → A2 → A1 순으로 신용등급이 높아지고, 은행들은 부동산경기가 한창 좋았을 때 A3급 시공사가 자산유동화(ABS)를 할 때 신용을 공여해주는 방식으로 A1급 ABCP를 발행하도록 해줬다.
즉 신용이 제공되지 않으면서 A1 등급의 ABCP도 발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 상반기에 한창진행됐던 것이다.
통상 ABCP를 1년만기로 발행하거나 3개월짜리로 조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신정평가 관계자는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A3등급 시공사에도 신용공여를 해줘 A1급 ABCP발행을 가능케 해줬던 은행들이 경기가 악화되자 이를 기피하면서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안정화 안되면 도산 불가피”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고금리의 저축은행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경우도 많고 과거에는 신용도가 높아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않던 곳까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바젤II시행으로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A3급 시공사를 기피하기 시작한 것도 큰 이유다.
바젤II하에서는 A3-나 투기등급 시공사에 신용공여를 해주면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이 하락하게 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도급순위가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차환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이 상황이 계속되면 상위업체에서 유동성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저런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당장 요구하는 건 “금융시장의 안정화돼서 유동성지원이 이뤄졌으면”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를 지원키로 한 대주단협약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부도는 불가피하다.
A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우차판매가 돈이 없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자금을 일방적으로 회수당해선 회사로서도 곤란해지니 버틴 것인데 사실 이같은 사건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대주단협약을 통한 일괄타결 방식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한 이같은 분쟁은 이어질 것이고 시장 불안감은 갈수록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