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대표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특히 신제윤 차관보 등 고위급 인사가 직접 해외 로드쇼에 나가 발행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 발행하려했다가 발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한국에만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외평채 발행 여부를 국제자금시장 상황에 맞춰 국제시장의 압박을 벗어나 나름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점은 IMF 외환위기 10년의 경험이 가르쳐준 교훈을 스스로 몸소 실천했다는 점 때문에 빛이 나는 부분이다.
오히려 국제투자자들의 비싼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 금융부실과 그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 때문에 달러를 빌려주기 어려운 지경에 있는 것은 아니냐는 점도 얼핏이나마 드러냈다는 것도 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한국 정부가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발행 주간사 등으로부터 시장 여건이 어떤지 종합적으로 들어봐야겠지만 굳이 투자자들이 높게 부르는 가격에 따라 갈 이유는 없다"며 "가격의 경우 협상을 통해 조정을 하게 되는데 김정일과 리먼브라더스 뉴스가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높게 부르는데는 혹시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을 반영한것은 아닌지 등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외환금융시장의 반응은 단기적으로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달러 유동성이 '절박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정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외평채 발행에 있어 가산금리를 더 주고서라도 발행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외평채 발행 연기 소식은 이틀에 걸쳐 외환시장의 단기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스왑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나름 괜찮게 진행이 됐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해외 차입에 다시 나서겠다는 것이 국책 및 시중 은행들을 비롯한 국내 차입자들의 입장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외자조달이 유보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휴가철도 지났기 때문에 정부에서 외평채를 발행했으면 은행들도 많이 따라 나갔을 것"이라며 "우리도 글로벌 본드 발행을 위해 지켜봤는데 정부가 연기함에 따라 일단은 접어야 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급 호전 되지 않는 한 당분간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역외쪽은 달러 매수쪽으로 돌아서 있는 현재상황에서 외평채 발행 연기는 투자 심리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당연히 영향이 긍정적일 순 없겠지만 지금 상황선 일단 시장을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 차입자들의 경우 달러 유동성에 대해 해외의존, 즉 은행들의 경우 외국계 은행이나 통화스왑시장, 국내 수입자나 차환자 등 기업들의 경우도 외환금융시장에서 달러유동성을 구해야된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달러자금 수요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국내외 시장 불안정성에 더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한국물 여전히 신뢰, 급할 게 없어 발행 미뤘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미국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금리를 높게 요구할 수 밖에 없어 악조건 속에서 외평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재정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은 "현재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미국 금융불안으로 돈줄이 말라 (그쪽에서)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높은 금리로 외평채를 무리하게 발행해 좋지 않은 벤치마크를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발행 연기를 결정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1~2주 연기는 불가피하고 외평채 발행이 언제 다시 추진될지는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가산금리 수준이 내려가면 언제든 발행할 준비도 돼 있지만 시기는 불투명하다고 신제윤 차관보는 설명했다.
신제윤 차관보는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시장 예측이 상당히 어려워 당분간 안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우리 금융시장과 연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이 연기된 가장 큰 요인은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병설이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애초 180bp정도에서 가산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다가도 실제로 협상시 우리가 요구한 가산금리는 200bp이내였다.
지난달 말 기준 5년물은 미국채 금리 2.85% + 외평채 스프레드 1.85% 로 합쳐서 4.70% 정도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에 발행을 예상했던 금리는 미국채 + 200bp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230bp이상을 요구한 기관이 있을 정도로 우리와 요구하는 가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화유동성에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외평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고 이로인해 하반기 100억달러 정도 해외차입이 예정돼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벤치마크가 높게 형성되는 부담을 안길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일견 이해하면서 외평채를 무리해서 발행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호재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지 않았다.
◆ 외평채 발행 연기,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 없다
외환시장 및 채권시장에서는 대체로 이번 외평채 발행 연기를 큰 악재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금융불안이 가중되는 현 시점에서 무리한 가산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했을 경우 단기 악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연 연구위원은 "차라리 잘된 것이고 무리하게 발행할 이유는 없었다"며 "어차피 발행을 계획했던 이유는 9월 위기설이었는데 이는 달러화 수급에 관한 불안감이었지만 수급 불균형이 많이 없어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박종연 위원은 "10억달러 가량은 큰 금액도 아니고 우리는 언제든지 발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만족해야 하고 만기일 무사히 넘어가면서 외환유동성 문제도 많이 조용해졌다"며 "중요한 점은 앞으로 벤치마크가 되기 때문에 발행을 했다면 좋은 조건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달러화 유동성 우려가 아직 있는 만큼 정부가 발행 못해서 스프레드 높게 간다는 우려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는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준다는 것보다 단기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좋지 않은 조건에서 외평채를 발행하는 것 보다는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하더라도 발행을 미루는 편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은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서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고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는 당국의 입장을 시장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단기적으로 스왑, 외환시장 불안 요소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후 상승 반전하면서 1110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여기에는 역외쪽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권금리는 8일째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CRS는 한때 25bp 이상 급락하면서 베이시스의 급격한 확대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평채 발행 연기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이 채권 현선물시장에서 매수에 가담하고 있어 외평채 리스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돌발 악재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외평채 발행이 조만간 어떤 과정으로 진척될지를 지켜보면서 추세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번 발행 연기가 우리 펀더멘털에 크게 영향을 끼칠 요소는 아니라는 것.
시중은행 딜러는 "이미 외환시장에 외평채 발행 연기 건은 전날부터 선반영됐고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요소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차입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단 한발 물러서는 것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좋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철도공사가 외평채 발행 전에도 이미 2억달러 가량 차입을 했고 우리의 외환보유고 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에게도 크게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외평채 발행 연기와 관련해 "9월 위기설, 외환보유액 건전성에 대해 일부 외국인들으 오해를 불식시키는 기회로 활용했고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별도 로드쇼 없이 신속히 발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와 시장의 대체로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음에도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일부 제시되고 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역외쪽을 어떤 재료가 나오면 그게 좋든 나쁘든 단기적으로 이용해 투기세력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다"며 "투기세력이 재료를 이용하고 치고 빠지기를 한다면 우리 외환시장에도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어.
그는 또한 "외평채 발행 연기가 좋을지 나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며 "역외쪽이 달러화를 매수하고 있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좀 더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