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3월에 베어스턴스 구제 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정도라면 모를까 더이상의 투자은행이 대마불사라고 해서 구제받을 길은 닫히고 있는 느낌이다. 바로 그 문지방에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서있다.
이제껏 리먼브러더스도 '큰 말'이라고 보던 월가가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든 버릴 카드일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리먼브러더스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45% 폭락했다. 단지 한국산업은행과의 지분투자 협상이 끝났다는 이유였다.
다른 사모펀드나 일본계 은행 등이 군침을 흘린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그래도 유력한 인수희망자가 손을 들고 나니 이제 정말 더 땡길 수 있는 곳이 없겠구나 하는 공포감에 투자자들이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먼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는 한때 지난 3월 연준이 특별 신용공여한도를 개설해 주기로 합의할 때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 그리고 피치 등은 모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시한폭탄의 시계침이 막마지로 향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불안감 속에 증시가 한바탕 요동치고 나자 즉시 해외 언론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어떤 식으로 개입할 것인가' 시나리오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보기에 연준은 '개입을 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그 여건을 분석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재무부 주도의 구제책이 반짝 효과를 내는데 그친 지금, 괜히 리먼 정도의 문제에 또 구제한다고 나선다면 과연 시장과 의회의 비판을 잘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리먼은 당초 다음 주에 예정이던 분기 실적 발표 날짜를 10일 뉴욕시장 개장 전으로 앞당겼다. 뭔가 특단책을 내놓거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7월 메릴린치의 존 테인(John Thain) 최고경영자가 고통스러운 자산 헐값 매각 방침을 밝혔듯이 리먼도 불가피한 고통을 감수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리먼이 값나가는 자산을 헐값 매각해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그야 말고 속빈 강정이 된다. 그래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실망스러운 대책을 내놓는데 그칠 수 있다.
그 결과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연준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심사다.
일단 시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긴급 자금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를 막는, 베어스턴스 구제 당시의 대책이다.
리먼이 이런 긴급 구제자금을 받는다면 그 다음 단계는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것이 순서이며, 새로운 원매자가 나서야 한다. 베어스턴스 때 보았듯이 주주들은 손에 남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
문제는 연준이 3월과 같은 구제에 나설 의향을 보이지 않을 때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JP모간체이스라는 원매자가 나섰기 때문에 파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있어 손을 내밀 것인가.
게다가 JP모간의 경우 베어스턴스의 대부분의 주요사업을 관장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추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원매가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런 전문성을 갖출 지 의문이다.
이런 사정 속에서 당국은 수요일 실적 발표 결과가 참담하지만 않다면, 그리고 대규모 자산매각을 통한 자체 분해가 가능한 한 리먼에게 많은 시간을 부여하면서 자구책을 찾으라고 종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