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악화에 따른 국내 펀더멘털 약화와 채권만기일을 앞둔 막연한 불안심리, 국내 증시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 등 달러 매수 요인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환율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너무 급하게 올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일방적인 오버슈팅(Over-shooting)에 뒤늦게 가담했다가는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수급상으로는 1120원 윗선에서 환율을 크게 밀어낼 수 있는 매물대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을 외부에 알리는 순간 환율은 급하게 내릴 수도 있다는 상반된 견해도 존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시장참여자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2주 정도의 단기 환율 전망에서 최대 1140원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고 당국의 개입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기사는 1일 오후 5시 37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원/달러 환율 예측: 단기적 1080원~1140원 레인지 전망
1일 외환시장이 마감된 이후 주요 시장참여자들은 환율이 예상보다 급등세가 가팔랐다는 중론을 내놓고 있다.
1110원선이 돌파되면서 저항선이 없이 단기 급등했고 일부 오버슈팅된 면도 발견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당국 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B선물 이탁구 과장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오를만큼 왔고 여기서 더 오르면 당국이 외환보유고 더 쓸 수 있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금리 올라가고 물가 더 불안해져 우리 경제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을 당국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번주 내에 당국이 크게 개입을 할 것으로 보여 고점으로 형성된 1123.80원 보다 약간 높은 1125.00원선을 단기 고점을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선물 신진호 연구원은 "달러 매수 우위시장에서 쏠림현상이 강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실제 수급보다는 심리적으로 쏠림현상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1120원대 당국이 구두개입했는데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리적인 불안으로 인해 달러 매수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단기 급등에 따른 반작용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견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다가오는 채권 만기일 관련해서 이는 시장에 심리적인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단기폭등에 대해서는 반작용이 있을 듯하고 일정 레벨이상 상승 후안 정을 찾을 것 같은데 1140원부근에서는 막힐 것이다"고 예상했다.
정리하면 시장참여자들은 환율이 한때 1123원선까지 폭등한데에 대해 일단은 시장심리가 그만큼 쏠려있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세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 왜 폭등했나?: 대내외적 불안심리 복합 증폭
현재 환율의 급등세는 달러화의 유동성 부족을 염려하는 매매주체들의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수급상으로도 정유사 결제수요와 주식관련 역송금 수요 등 달러화 매수 요인이 압도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급상의 이유로 환율이 하루에 27.00원 폭등하는 장세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는 '9월 유동성 위기설'이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달 9일과 10일에 몰려있는 채권만기일을 앞두고 역내외 할 것 없이 달러화를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날에 몰려있는 채권만기일 물량은 금액으로는 40조원 가량이다. 외국인은 이 중 최대 6조원 정도를 처분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단기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롤오버 물량을 따져보고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급격한 이동을 감행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단순계산해 외국인 처분 물량이 다 처리되고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더라도 외환보유고(6월말 현재 2500억 달러)에 비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어 채권만기일 도래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환율의 급등만 초래할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함께 외국인 주식 역송금 수요도 달러 유동성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피에서는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고 이는 이번주에도 꾸준한 달러 역송금 수요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펀더멘털의 약화도 달러화 매수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7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7월중 경상수지는 전월 18억2000만달러 흑자였으나 24억5000만달러 적자로 한 달 만에 적자 반전됐다.
8월 무역수지의 경우도 32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현재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115억 달러에 이르러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첫 연간적자를 기록할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펀드 약세로 인해 투신권의 헤지(Hedge)관련 달러선물 순매수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이는 현물환율에도 상승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1일 투신권은 5700계약 가량의 달러선물 순매수 기조를 보여 금액으로는 2억 8500만달러의 대규모의 달러선물 순매수를 보였다. 이는 이날 오후 환율 급등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환율은 수급상으로 보나 펀더멘털 상으로도 모두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급등은 단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과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감지되고 있어 이에 따른 영향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 당국개입 언제쯤 또 강력하게 나오나?
외환당국은 요즘 환율 상승시 속도조절에만 나서는 선에서 멈추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최대 80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환율을 방어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면서 이후 당국은 환율방어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구두개입은 감행 하고 있는 당국이지만 이는 환율 상승의 속도를 늦춰줄 뿐 적극적으로 상승폭을 줄이는데는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현재 지나친 환율급등 추세에 대해 정부가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은 환율급등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한계가 있었다.
당국 개입으로 일부 외환보유고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에서 1년내 상환해야하는 유동외채는 2200억달러 정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당국이 1120원대까지 뛰어오른 환율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B선물 이탁구 과장은 "현재 레벨에서는 당국이 외환보유고 쓸 것으로 보이고 이번주 내에 크게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채권만기일의 경우 이미 선제적으로 반영된 면이 있고 여기서 더 올라가면 무리라는 판단이다"며 "시장은 계속 달러를 사려고 하겠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조심해야 할 구간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수급상으로나 대내외적인 여건상 환율 상승속도를 저지시켜줄 주체는 당국밖에는 없어 보인다.
여전히 물가를 우려하고 있는 당국으로서는 환율 상승을 막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 오는 2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이러한 당국의 노력이 얼마나 시장을 진정시켜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통상 금융상황점검회의는 주가와 환율을 다소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