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금리가 7%대까지 치솟은데다, 올 하반기 큰폭의 자산확대를 꾀하는 것도 아닌데 대규모 발행계획을 세운 까닭이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년 가까이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이 지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의 해외 장기조달은 여전히 숨통을 트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긴 했지만 7월 물가상승률이 5.9%로 치솟은 상황에서 6%대 초중반의 예금금리는 고객들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높은 금리를 물더라도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이 그나마 대안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조달비용 상승은 은행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대출 고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특히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나 일반 대출의 경우 은행채 금리 등을 감안해 금리가 정해지기 때문에 결국 고객의 대출이자로 전가된다.
◆ 국민 하나은행 만기도래 물량보다 3조 더 발행 계획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은행채 발행 일괄신고서 공시를 한 국민 하나 신한 외환 대구 경남은행 등의 하반기(8~12월) 계획된 발행 물량은 17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만기도래 금액인 12조원보다 5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하반기 만기도래분은 1조3200억원이지만 발행계획으로 밝힌 금액은 4조3000억원에 달했다. 무려 3조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하나은행도 만기도래분은 7900억원이지만 발행계획으로는 3조3800억원으로 2조5900억원이나 많았다.
외환은행의 은행채 만기도래 금액도 1조3800억원이지만 발행하려고 계획한 금액은 2조2700억원으로 8900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를 상환하고도 많이 남을 정도로 발행계획 물량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금융계에선 여러가지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자금이 부족한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연간 목표치에 근접할 정도로 이미 대출을 했고, 또 하반기엔 경기침체 등으로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기보다는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하반기 더 어렵다" "해외조달·예금도 충분치 않아"
우선 이하정 SK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자금조달 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 내년 상반기 물량까지 앞당겨 조달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8월에 거액 기관예금들 중에 만기가 돌아오는 건들이 좀 있다"며 "이들 예금을 재예치 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도 있어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은행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금수급에 맞춰서 짰다"고만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등을 고려한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은행들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 한 자금 담당자는 "어차피 지난해 머니무브 이후 은행채·CD발행 등의 시장성 조달이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라며 "예금이나 해외조달이 어려워 그같은 추세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같은 대규모 은행채 발행 계획이 은행 조달의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들은 공모를 통한 해외 조달이 어려워 사모로 돈을 끌어오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긴 했지만 과거처럼 예금에 안정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중 은행 실세총예금(요구불+저축성)은 전달보다 3조8324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조8888억원이 줄어들었다.
또 올들어 7월까지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8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정기예금은 33조2000억원이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은행들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55조4000억원 늘어났고 가계대출도 15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즉 대출증가분에 비해 은행 예금 증가는 턱없이 모자른 셈이다.
게다가 하나은행이 전일 3년 만기로 발행한 은행채 금리가 7%에 달했다. 앞으로 은행채 발행 물량이 몰리고 이를 사려는 곳은 많지 않아 은행채 금리더 더 올라갈 것이라는게 채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금리를 더 물고서라도 발행할 수 있는 은행채가 최상의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