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자산 상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다른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 행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이 정도 고통을 감수하고자 한다는 것은 이제 위기가 그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제기됐다.
화요일 미국 증시는 후자의 해석에 기대며 다시 한번 '최악은 끝났다'는 식의 랠리를 구가했다. 금융업종지수는 무려 7.5%나 폭등했다.
그러나 간신히 호재로 만들어진 이번 계기는 그리 간단하게 결론내리기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다.
무엇보다 메릴린치의 자산처분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대손상각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 다른 업체에게 청사진? 추가 손실 우려!
메릴린치는 지난 분기 장부가치를 111억 달러로 낮춘 액면가치 306억 달러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 등 모기지자산을 론스타에게 67억 달러에 헐값 매각했다. 당장 40억 달러의 가치가 추가로 증발하는 셈이다.
게다가 메릴린치는 론스타에게 67억 달러에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50억 달러를 대출했다. 메릴린치는 총 300억 달러 액면 자산을 불과 17억 달러를 내고 매입했다. 1달러당 5.6센트 정도의 자기 자금만 투입한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다른 투자은행들 역시 이처럼 헐값 자산매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재빠르게 메릴린치의 이번 발표가 다른 투자은행들에게 함의하는 바를 재점검하고 나섰다.
메릴린치 뿐 아니라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부채담보보증권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아마도 추가 가치 상각으로 인한 손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 월가는 이런 악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대형 은행들이 재무제표에서 손실을 떨어내고 '클린'하게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메릴린치가 론스타에게 50억 달러를 대출한 것은, 만약 매각한 자산이 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론스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7억 달러이며 나머지 50억 달러 손실 가능성은 모두 메릴린치가 떠안는다는 것이 골자다. 가치가 더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내심이 깔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판단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험자산을 모두 떨어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의 이번 자산매각 방식은 이미 올해 봄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의 선례가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스위스 UBS의 경우 미국 블랙록(BlackRock)에게 모기지채권을 매각할 때 총 150억 달러 매각 금액 중 112억 5000만 달러나 대출해 준 바 있다. UBS는 37억 5000만 달러 이상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해 브래드 힌츠(Brad Hintz) 스탠포드 C. 번스틴의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대손처리한 자산을 대출자산 형태로 장부에 새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장부를 클린화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메릴린치의 자산 매각은 모기지자산의 실제 가치 변화에 대해 더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각 가격을 보자면 1달러 당 22센트 정도의 가격을 산정한 셈인데, 이는 다른 업체의 손실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참고 지표가 된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당장 CDO 익스포저가 큰 씨티그룹을 문제 삼았다. 메릴린치 식의 가치 산정으로 보자면 씨티그룹이 80억 달러 정도 추가 자산가치 상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의 상각 규모가 60억 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이보다는 작은 편이다.
씨티그룹 측은 실적 발표 당시 자신들이 보유한 CDO는 2006년 이전에 투자된 것으로 현재 1달러당 61센트 정도로 가치를 매기고 있다고 밝혔다. 메자닌CDO와 여타 등급이 높은 CDO의 경우 이미 메릴린치가 설정한 1달러당 22센트 정도의 가격에 근접한 평가를 내리는 중이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대변인은 자신들도 메릴린치 식의 자산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현재 자신들의 CDO 자산 가치를 1달러 당 44센트 정도에 매기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보유한 CDO의 가치는 투자 생성 시기에 따라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3/4분기 중 주택 포트폴리오 자산 부문에서 25억 달러 추가 상
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로부터 제기됐다. 특히 알트에이(Alt-A) 자산 관련 익스포저에서 추가 상각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리먼은 3/4분기 중 약 650억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자산 중에서 20% 정도를 매각할 계획인데, 자산 가치가 더 하락한다면 추가 대손상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자산매각+커버드본드 해결책? 주택가격 안정화가 우선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제출된 이른바 '3번째 길'이라고 명명된 미국 재무부의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발행 계획과 은행들의 적극 동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커버드본드는 모기지자산을 담보로 하는 증권인데, 이를 담보로한 증권이 발행되면 유동성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담보가 재무제표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커버드본드는 발행은행에게는 부채가 되고 이 채권의 담보 대출은 은행의 자산이기 때문에 이 발행은행은 채무자로서 그리고 채권자로서 모두 지대한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모기지담보증권은 일단 모기지대출을 실시하고 나면 이를 묶어서 증권화한 뒤 투자자들에게 분할 매각했다. 대출을 실시한 은행은 이 대출이 제대로 상환될 지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기술적인 차이든 중요한 것은 미국 주택 가격이 더이상 하락하지 않거나 반등해야만 투자 매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당분간 주택가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없어서는 제 3의 길은 그냥 주변의 길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들은 자산 헐값 매각이라는 '쓴 약'을 삼키기로 한 것이며, 이는 다시 월가에게 이 문제가 된 자산의 가격을 재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 메릴린치 자산매각에서 론스타의 과감한 행보는 주목받고 있다. 메릴린치가 1달러 당 22센트로 친 가격에 대해 일단 5.5센트만 집어넣고 기다릴 심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은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은 자본건전성 규제를 받지도 않을 뿐더라 매분기 실적이나 재무상황을 보고해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자산이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보유하고 기다릴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예상했던 것에 비해 일부만 정상화되더라도 이들은 남부럽지 않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거래를 통해 배워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