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나와 좌우로 늘어선 직원들은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향해 결코 작을 수 없는 경의를 담아 두 손을 연신 마주쳤다.
떠나는 이는 이별의 말로 "I Listen"이라는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작품에는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는 싯귀가 있다고 한다.
이어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은 버리는 전략적 유연성, 지지자원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실용적 전술, 조직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내부 응집력 등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임원들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과 사진을 찍을 때처럼 웃음을 짓긴 했으나 정말 사랑하게 돼 버린수출입은행을 등 떠밀려 떠나는 처지에서 속 울음은 얼마나 컸을까.
양천식 행장은 그렇게 은행 차량을 타고 떠났다. 은행장 전용 차량은 아마 이번이 마지막 탑승일 것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했는가. 양 행장이 떠나자 남은 자들의 몫이 무엇인지 곧바로 드러났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사이 노조 간부들은 로비에 펼침막을 달기 시작했다. 출입문마다 구호로 도배도 했다.
이제 곧 청와대에서 열릴 회의에 은행장 내정자 신분으로 참석할 후임자에 대한 거부의사가 담겼다. 회전문에도 규탄하는 입장을 노조는 담아 놓았다.
진동수 행장은 얼마 동안 행장실에 들지 못할까. 날짜가 며칠이 될지, 노조가 과연 진심으로 취임을 끝까지 거부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양 행장이 공직생활 33년 동안 쌓은 경륜으로 던진 말에 비춰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처사를 어떻게 봐야할까.
수출입은행만의 독특한 역할과 금융기법 때문에 업무파악 하느라 몇 달 간 허비할 신임 행장은 지지자원도 빈약한 가운데 조직의 힘을 모아야 할 처지로 취임할 것이다. 이 정권 스스로 자처한 일이다. 인사권자로서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4월에 사표를 쓰게 해 놓고, 석달하고도 1주일을 좌절과 체념 속에 일하게 해 놓고, 조직원들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주는 일을 범한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얼마나 충성스럽게 일할 수 있을까.
신임 행장 혼자서 업무 파악하랴 얼어붙은 조직원의 마음을 추스르랴 각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정말로 임기 3년을 보장해 줄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출입 기업들의 둘도 없는 벗인 수출입은행은 안녕할 수 있을까.
공기업이 흔들리면 그 공기업이 제공해 주는 사회적 후생이 약화될 것은 자명하다.
무리수를 둬 가면서 밀어붙이기를 한 대가가 국민적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깨달을 정도는 되는 정권이라는 믿음이 아직 없기 때문에 한 공기업 조직원은 마음이 시리고 이 공기업 덕을 더 많이 볼 수도 있을 국민들은 최대치를 밑도는 서비스에 만족해야 한다.
대다수는 원하지 않은 일인데 그래도 시스템대로 업무는 돌아갈 것이니 외견상 문제가 없어 보일 것이라는 것에서 위안을 구해야 하는 불행을 쓸쓸히 곱씹으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