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의 국내외 경제여건은 이런 기대가 환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물가상승,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 소득정체와 실질소득 감소, 내수와 투자위축,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경제는 도무지 장밋빛 미래를 그려 낼 수 없을 정도로 악재로 덮혀 있다.
우리경제는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외환위기를 비롯한 1, 2차 석유파동 등을 모두 이겨낸 저력이 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했던 불과 얼마전까지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빠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쯤에는 경제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우리경제도 성장동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100달러를 정점으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았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여기에 곡물, 철강, 석탄 등 주요 원자재도 덩달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걸린 몸살에서 회복되지 못한 채 합병증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경제가 감기만 걸려도 몸살로 번지는게 우리경제의 실상이 아니던가. 약화된 미국경제,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세등 외부여건만을 고려해도 우리경제가 받을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뻔하다.
정부가 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인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보면 우리경제의 어려운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컨대 올해 1분기 5.8%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2분기 5% 내외, 3분기 4%초중반, 그리고 4분기에는 4%내외로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년초 목표했던 성장률 6%는 이미 물 건너 갔고 그나마 상반기 성장에 힘입어 연간 4.7%로 대폭 하향한 수정치를 내놨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에 제시했던 3.3%보다 훨씬 높은 4.5%내외, 경상수지 적자는 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신규 취업자 증가는 35만명에서 20만명선으로 낮춰 잡았다. 연평균 도입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에서 110달러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하반기 경제운용이 얼마나 힘들지 정부 스스로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국민이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MB노믹스’가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위기국면에 있어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경제 실상은 ‘고물가, 저성장’의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에 빠질 위험한 지경에 놓여 있다. 고물가 저성장은 한꺼번에 모두 처방을 내리기가 아주 고약한 증상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시중의 돈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시중의 돈을 줄이면 금리가 올라 기업투자가 감소해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물가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정책선택이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경제안정 종합대책에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담지 않고 서민생활안정과 물가관리에 촛점을 두었다.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을 최대한 덜어주는 한편 추가적인 경기하강을 방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경제위기는 어느 일방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되는게 아니다. 국민과 기업, 정부의 경제주체가 힘을 합해야 위기극복이 가능하다. 지금 무엇보다 국민이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일은 에너지 절약이다. 우리경제를 위기국면으로 몰고 있는 주범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국제유가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한 개의 전등을 끄는 것 만으로도 경기회복에는 큰 힘이 된다.
기업은 생존과 성장에 요구되는 경쟁력 강화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 아무리 경기가 나쁠지라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경쟁력 강화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리더쉽을 발휘해 일관된 정책추진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게 중요하다. MB노믹스의 실체를 확실하게 보여줄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