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위험이 명백히 커진 상황에서 긴축 성향을 드러냈지만,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확실히 심어줬다.
더구나 어느 정도 시장을 '실망'시키면서 나아가 시장에게 혼란스러운 신호(signal)를 줌으로써, 관심을 정책 당국에서 거시지표 쪽으로 이동하게끔 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연준이 보여 준 정책 기조는 "약한 수준의 긴축 성향(tightening bias)" 정도로 판단된다.
2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수결로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 2.0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시장은 이 같은 결과를 이미 예상했으며, 정책성명서 기조도 예상했던 수준으로 나왔다.
성명서는 최근 거시지표 정보를 보자면 경기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이 추가로 악화되고 주택 경기도 좋지 않고 신용 여건도 힘들다며 한계를 그었다.
물가는 앞으로 완만해질 것이지만, 그 전망에는 상당한 불확싱성이 존재하며 인플레이션 및 기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커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시장 반응: 커브스티프닝(curve steepening)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은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정책 기조는 긴축으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또한 이번에 성명서를 통해 경기 및 물가 위험 균형 판단에 명확하지 않은 '뒤틀림'을 이용한 점에 주목했다.
데이빗 그린로(David Greenlaw) 모간스탠리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표명을 무조건적인 정책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해석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금리인상 시점은 경기가 다시 시들해지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만해지기 시작하는 때로 보인다"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경기 하방 위험이 줄었다면서도 여전히 고용 및 금융시장 스트레스를 강조하고, 인플레이션 및 기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결국 당분간 관망하자는 얘기"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날 미국 국채시장의 움직임은 시장의 해석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성명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좀 더 강경한 어조를 예상하면서 전반적인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성명서 기조를 확인한 뒤에는 2년물을 사고 10년물을 파는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짐 캐론(Jim Caron) 모간스탠리 채권전략가는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연준은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태도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지금 연준의 속내(policy confidential intention)
그렇다면 지금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정책 운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 외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변수는 뭘까.
무엇보다 먼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금융 위기 상황과 경기 침체 위협을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대처로 요리해냈다는 자평이 눈에 띈다.
이 같은 평가 뒤에는 경기가 생각보다 완강하게 위축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보는 것이고, 또 더이상 금리인하로는 뭔가 도움을 주는 일이 없고 정책 리스크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리인하 결정 시점에서 전 연준 출신 인사들은 "더이상 금리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조만간 대선 일정으로 접어든다는 시기적 요인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나 언론 매체에서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국면에서 무리하게 금리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 물론 대선 때마다 제기되곤 하는 상투적인 쟁정이고 연준 관계자들은 그런 가능성을 거부하지만, 과거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연준 내의 역학구도 역시 중요하다. 지난 금리인하 과정에서 너무 급격한 금리인하에 반대하거나 금리인하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계속 나온 것처럼,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서도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주장과 맞닥뜨렸다.
조만간 미시킨 이사가 자리를 떠날 예정인 가운데 우호세력을 잃고 있는 버냉키 의장은 한결같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가진 일부 지역 총재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금리 기조가 다시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도 중요한 변수다. 그린스펀이 이번 거품 발생에 기여했다는 세간의 비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듯,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펼 때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크게 발생했던 것은 금리 정상화 의지를 강화하는 요소이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명백하게 제기되었을 때 다시 인플레 파이터로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싶게 만드는 배경이다.
원유 및 일부 상품시장의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달러화 가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이 같은 정상화 의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갑작스러운 주택시장 거품 붕괴와 금융 혼란이 아니었던들, 지난해 초반까지도 연준은 계속 긴축 성향을 지속하고 싶어했다. 물가 압력이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계속 억제 목표를 상회하는 것이 못내 불편했던 것이다.
반면 금융 혼란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점은 분명히 긴축 정책으로 성큼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 기관이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것, 나아가 신용 여건이 다소 긴축화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택가격이 계속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적극 올리다 가계의 부담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 주택가격이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고, 주택 차압률도 줄어들어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추가 손실에 시달리고 계속 실패할 위험이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풍부한 유동성이 미국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다변화' 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버냉키 의장이 이례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부양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나, 계속 미국이 아직은 절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는 재무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이런 우려와 관련된 정책당국의 고충을 엿보게 한다.
◆ '머들스루(muddle through)' 위험
정책 의도 상으로 보면, 지금 여건은 연준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남는다. 월가 심장부에서 터진 금융 위기의 파급 효과가 예측 불허하고 또 생각보다 장기적인 경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인 향후 미국 경기의 '머들 스루(muddle through)' 전망, 혹은 과거 일본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장기화된 불황의 축소 재연 가능성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지속적인 부실채권 처리가 큰 현안이고, 새롭게 금융혁신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부 예측처럼 불황 국면이 장기화되고 물가가 본격 하락한다면 연준은 일본은행(BOJ)처럼 더이상 통화정책으로 대처하기가 곤란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만약 발생했을 경우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면에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부담을 감안한다면 지금 연준이 보여준 정책은 '양다리 걸치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으로 정책 노선의 방향을 맞추되 경기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위험도 함께 보면서 거시지표 결과를 보자는 식으로 시장의 시선을 돌린 것은 적절한 대처였다.
이미 연내 두 차례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월가는 6월 고용보고서 결과와 7월 버냉키 의장의 험프리 호킨스 연설에서 최근 경기와 물가 전망 판단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 같다.
참고로 지난 4월 회의 때 연준이 제출한 전망에 따르면, 2008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심 추세는 연초의 1.3%~2.0%에서 0.3%~1.2%로 하향 수정된 바 있다.
2009년에 2.0%~2.8%(1월 전망 2.1%~2.7%)로 회복한 뒤 2010년에는 2.6%~3.1%(1월 전망 2.55~3.0%) 정도의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5.5%~5.7%로 기존 5.2%~5.3%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었으며, 내년 전망치도 기존 5.0%~5.3%보다 높은 5.2%~5.7%로 제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2010년 실업률 전망치는 4.9%~5.5%로 기존 전망치에 비해 상단히 0.4%포인트 높아졌다.
한편 헤드라인 및 근원 PCE 물가전망치도 높게 수정됐다. 올해의 경우 헤드라인 물가 전망이 3.1%~3.4%로 연초 예상치 2.1%~2.4%에 비해 대폭 상향수정됐다.
다만 내년에는 1.9%~2.3%로 기존 1.7%~2.0% 전망보다 높기는 해도 물가 안정 판단 수준까지 둔화가 예상되고 있고 2010년 전망치는 1.8%~2.0%로 기존에 비해 하단만 0.1%포인트 높아지는 정도였다.
근원 물가 전망은 올해가 2.2%~2.4%로 기존에 비해 상하단 모두 각각 0.2%포인트 높아졌고, 내년 전망치가 1.9%~2.1%로 기존 1.7%~2.0%보다 높아졌다. 2010년 전망치는 기존 1.7%~1.9% 전망을 고수한 것이 눈에 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