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들의 민영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서려는 은행 및 은행계 금융지주사는 물론이고 민영화될 은행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민영화를 통한 금융산업 재편과정에서 먹는 은행(인수기업)이 아닌 먹히는 은행(피인수기업)으로 전락,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지도 모르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당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을 한데 묶어서 파는 메가뱅크 방안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대신에 민영화 과정에서 다른 은행에 인수되거나 거꾸로 인수하는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 물밑 다툼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그러나 우선 정부가 금융, 은행산업의 새판을 어떻게 짤지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고 정부의 의중에 따라 그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민영화될 은행의 경우 은행장 개인의 선택에 따라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정책적인 변수가 크지만 어차피 일어나야만 하는 M&A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한 체질개선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HSBC로의 매각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해지면서 이들 매물을 놓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도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여기다 물밑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외국계은행의 참여가능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은행들 역시 확실한 주체가 되기 위해 자본력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특히 잠재 매물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인수하려는 은행들은 딱 한번 투자할 만큼의 돈도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될 전망이다.
◆ M&A의 '주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
산은 민영화 방안이 발표됐고,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만큼 이들을 둘러싼 M&A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피인수기업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최근 2~3년새 우리금융은 물론이고 기업은행도 다른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것도 그 이면엔 향후 있을 민영화와 M&A에서 다른 은행에 일방적으로 먹히지 않겠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메가뱅크 방안이 거론됐을 때 우리금융은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반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내심 얼굴을 붉혔던 것도 이 경우 자산 300조원이 넘는 우리금융에 피인수될 수 있다는 예상에서였다.
이 방안이 물건너가는 대신 이들 은행과 다른 시중은행간 M&A를 통한 은행 대형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이 주체가 되는 M&A나 민영화가 되도록 단단한 은행을 만드는게 내 소임"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주주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은행장의 발언으로 적절치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변수와 별개로 M&A를 위한 몸만들기 혹은 가치를 더욱 높이고 우리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산업 재편이 진행되기 위해선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우리금융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출자여력은 물론이고 총자산, 시가총액 등의 덩치에서도 크게 밀리면서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나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는 재무적 투자자로 잘개 쪼개져 있고, 영속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테마섹이 9.62%, 골드만삭스가 9.12%를 갖고 있다.
즉 누구라도 자칫 방심했다간 M&A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