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경제에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고 ‘CEO대통령’을 자임, 국민은 그 능력을 또한 믿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 보 큰 표 차이로 당선된 주요 이유이다. 이런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0일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취임한지 한 3년쯤 된 것처럼 세상이 시끄러웠다. 집권여당의 첫 정치신고무대이던 ‘4.9총선’을 치루면서는 공천갈등의 내홍을 겪어야 했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매듭되지 않은채 진행형의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협상은 만만치 않은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민정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미숙한 협상력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참여정부가 드러냈던 아마추어리즘 행정력을 이명박 정부 역시 출범초기부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의 주요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어 사업추진이 매끄럽게 진행되긴 힘들 것 같다.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는 등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산 너머 산 일 정도로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에게 기대를 갖게 했던 ‘7. 4. 7공약’은 벌써부터 물건너 갔다는 성급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국제원유값을 비롯한 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로인해 물가상승, 무역수지 악화, 금융시장 불안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확충 등 우리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한 시도도 주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지난 100일은 무언가 자꾸 잘못 꼬여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각료와 청와대 참모의 인선과정이 그랬고, 총선 공천, 쇠고기 협상, 일부 각료와 참모들의 잇따른 말실수 그리고 불가항력으로 닥아 온 국제원자재값 상승은 출범초기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신뢰를 잃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명박 정부는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국제원자재값이 동시다발적으로 왜 갑자기 오르는가.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협상도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가 매듭짓었어야 한 현안이다.
정부가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는 하소연에 민심이 귀를 기울여 주는 이유는 현재의 국정현안이 이명박 정부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당위선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경제운영차질은 국내외 경제여건의 갑작스런 악화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고 여야의 입장이 바뀐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정쟁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국정운영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남은 5년간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정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읽지 못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설 읽은 정책을 국민 앞에 불쑥 던지거나 책임있는 공직자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망발’을 해서는 곤란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어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국민정서에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는 이미 경험한 그대로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100일 동안의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렇듯한 말만 난무했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게 없다. 규제완화의 목소리를 높혔지만 실제로 실행된게 별로 없다. 정부와 공기업의 구조개혁은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다.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약인 경제살리기에 대한 행보도 지지부진하다.
이제 정치권은 17대 국회가 퇴장하고 18대 국회가 개원, 정치지도가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지난 100일 동안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을 순방해 각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갖는등 국제무대에 신고식을 마쳤다. 대선에 이어 총선과정에서 민심이 갈구하는게 무엇인지를 충분히 간파했고 민생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도 자세히 점검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하나 하나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아 있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확충, 경제살리기에 꼭 필요하다면 출총제 폐지등의 규제완화를 하루빨리 단행해야 한다.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적극적 협조와 설득, 홍보를 통해 한미FTA의 국회비준동의도 이끌어 내야 한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없이 말과 계획만 내놓다면 민심은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정부의 하소연을 더 이상 들어 주지 않는다. 국민은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대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