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제약, 강한 수요에다 주식 및 채권시장 손실 및 달러화 약세에 따른 자금이동, 게다가 과거에 비해 투자 접근성 및 용이성이 높아진 상품시장의 환경 등이 이 같은 상품시장 강세의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자금이 속속 유입되면서 가뜩이나 투기적인 수요가 강한 이 시장에 새로운 거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과연 경기 둔화 속에서도 수요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품 가격을 지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장외 시간대에 103.50달러까지 급등,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이전 사상 최고치인 1980년의 103.76달러에 접근했다며, 이 같은 유가 상승세는 다른 상품 가격 상승세에 비해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올들어 천연가스가 26%, 석탄은 56% 그리고 백금은 41% 급등했다. 또 소맥가격이 32%, 코코아 가격도 38%나 올랐다.
28일 DJ-AIG상품지수는 3.773포인트, 1.8% 오른 216.462를 기록했고,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8.04포인트, 2% 급등한 413.48을 나타냈다.
CRB지수는 지난 해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지면서 300선을 넘어선 뒤 상승 추세를 지속, 이번 주 수요일 사상 처음 400선을 돌파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석유자금이 이 같은 지수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상품지수펀드 등을 통해 연기금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수 전반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이 같은 상품 가격 급등을 예상하지 않았다. 경기가 둔화되면 이들 상품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은 달러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배경으로 상품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 스미스바니(SmithBarney)의 선임 자문가인 숀 루빈(Shawn Rubin)은 "투자자들이 국채 금리는 이미 충분히 하락해 부담이고 주식시장은 추가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어디에 투자할 수 있을지 찾다가 상품시장을 발견했다. 모두들 상품시장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 거품 우려
상품시장이 급등하자 이미 상당수 분석가들은 "거품"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미국 농산물시장 조사업체 애그리소스(AgResource)의 대표 댄 베이스(Dan Basse)는 "경제전문가로서 지금 옥수수, 콩 그리고 소맥가격은 펀더멘털한 설명이 어렵다"며, "현재 이들 농산물 가격을 극도로 과대평가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미국선물업협회(Futures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농산물 선물 및 옵션 거래는 전년대비 32% 급증했다. 공업용 금속 거래가 29.7%, 에너지상품 거래도 28.6% 각각 늘어나는 등 전 세계 상품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상품 선물 및 옵션 거래소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지난 1월 한달 동안 매일 170만 계약의 거래를 처리했다. 전자거래 규모가 163%나 폭증한 영향이 컸다.
상품시장의 투기거래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저장소에 재고로 축적된 실물자산에 기초하고 있는 상품시장의 내적 작동원리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지수펀드가 만들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동시에 광범위한 상품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이 가능해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헤지펀드나 소액 투자자들이 모두 이들 상장주펀드(ETF)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유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물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불가피했다. 상품시장 분석업체 앨런데일(Allendale)의 부대표 조지프 빅터(Joseph Victor)에 따르면 "곡물시장에는 헤지펀드나 지수펀드와 같은 본격적인 투자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Global Advisors)에 따르면, 상품ETF는 약 300억 달러 정로 규모로 한해 동안 90%나 성장했다. 게다가 전통적인 뮤추얼펀드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핌코(PIMCO)의 상품실질투자수익펀드(Commodity Real Return Fund)는 운용자산 규모가 140억 달러에 달하며, S&P GSCI나 다우존스-AIG 상품지수 등에 연계된 지수펀드는 이보다 더 규모가 크다. 스탠포드 C. 번스틴(Stanford C. Bernstein)은 지난 2001년 이래 상품 연계 지수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약 1750억~2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존 샤피로(John Shapiro) 모건스탠리 글로벌 수석상품전략가는 "5년 내지 10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관이 아니면 상품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불과할 때에도 1만 배럴 원유선물 1계약에 드는 비용이 2만 달러에 달했고, 월가 브로커들은 이보다 더 큰 거래를 중개하기를 원했다. 주로 주식과 채권시장에 집중하던 대규모 금융기관들도 선물거래나 마진 거래는 귀찮아했다는 것.
그러나 상품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런 투자 장벽 또한 빠르게 허물어졌다. 이제는 연기금부터 개인투자자까지 상품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경로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전자거래소가 열리면서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가능해지자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상품시장 거래는 폭증했다.
뉴욕상업거래소는 1년 반 전에 시간외 전자거래 시장을 개설했는데, 지금은 전체 시장 거래의 91%가 전자거래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 상품시장, 지수펀드 대거 유입
이런 시장의 '민주화'는 처음에는 에너지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뒤이어 금속시장으로 투기세력들이 뻗어나가더니 최근에는 농산물거래에도 손길이 닿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저렴하고 빠르게 모든 종류의 상품시장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한 상품지수펀드가 대단한 인기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현재 상품지수펀드 투자자들이 다수 농산물거래소의 총 거래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들어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소맥선물 거래에서는 31%, 대두 계약 중에서는 23%가 상품지수펀드의 몫이다.
앞서 애그리소스의 베이스 대표에 따르면, 현재 상품지수펀드가 겨울밀 10억 부셸 정도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규모는 올해 미국 전체 소맥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미 소맥 가격은 지난 해 두 배 급등했다.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금리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농산물 생산자나 곡물창고 운용업체는 곡물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위험을 헤지하고 있는데, 최근 급격한 가격 상승세로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품시장에 숏 베팅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품시장 낙관론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가 수요를 빠르게 늘어나게 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되고 있어 계속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공급이 타이트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강조된다. 최근들어 상품 재고가 너무 낮은 수준인데, 이미 옥수수와 대두의 경우 2년 동안 공급이 급격히 줄어 수요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너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마르코 애넌지아타(Marco Annunziata) 유니크레딧(Unicredit)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품시장을 볼 때는 이전 기록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던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될 위험에 처했다는 점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주로 실물 수급에 기초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거래하던 상품시장이 실물거래 보다는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시장'으로 본격적인 관심을 끈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