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에 일시 환호했던 미국 금융시장은 곧바로 채권보증업계의 악재를 맞으면서 후퇴했다. 금융손실 및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히 뿌리 깊은 상태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결정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금리인하로 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금리가 충분히 큰 폭으로 내려온 만큼 앞으로의 정책 행보는 좀 더 점진적일 것이며, 정부 재정정책은 물론 해외 당국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이 기사는 31일 10시 32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연준 한 주 간격으로 75+50bp 금리인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개최한 1월 정규 정책회의를 통해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00%로 50b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연준리(FRB)는 만장일치로 재할인율 금리를 3.50%로 50bp 인하하는 것을 승인했다.
FOMC는 이날 제출한 성명서에서 "금융시장이 상당한 긴장상태(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 기업과 가계로의 대출기준이 더욱 강화됐다. 더구나 최근 지표들은 주택경기 조정이 심화되고 있고 고용시장도 다소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지난 22일 긴급 75bp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다시 큰 폭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아가 FOMC는 "최근 금리인하는 앞으로 완만한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 위험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여전히 경기하방 위험은 남아있다. 계속 금융시장의 영향과 경제전망의 변화를 검토하면서 이 같은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시 적시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3월 회의에서도 25bp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며, 연방기금금리가 2.50%, 연말까지 2.25%까지 인하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제로금리'를 예상하는 셈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리처드 피셔(Richard Fisher)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홀로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피셔 총재는 지난 1월 17일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정책 대응이 인플레이션의 씨앗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씨앗이 발아할 때는 땅 속에 잠복했다가 갑자기 무성하게 자라나곤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ㅤㅈㅓㄼ었을 때 인플레 경험이 투자나 저축보다는 일단 소비하고 보자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란 메인스트리트나 월스트리트에 모두 좋지 않은 것이며, 심지어 세서미스트리트에게도 악재"라고 말했다.
지난 주 연준의 긴급금리 인하 때 반대표를 들어준 것은 윌리엄 풀 총재다.
이번 회의에서는 풀 총재 뿐 아니라 토마스 호닉(캔자스시티),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찰스 에반스(시카고) 총재가 나가고 리처드 피셔(댈러스) 총재를 비롯해 개리 스턴(미네아폴리스), 찰스 플로서(필라델피아) 샌드라 피아낼토(클리브랜드) 총재가 정식멤버로 교체됐다.
최대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플로서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에 동의해 눈길을 끈다. 스턴 총재는 다소 강경파에 가까우며 피아낼토 총재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참고로 재할인율 인하를 요청한 곳은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브랜드,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 샌프란시스코 등 9곳에 달했다.
지난 1월 22일 긴급 금리인하 결정시에 재할인율 인하를 요청한 곳은 시카고와 미네아폴리스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피셔 총재의 댈러스와 스턴 총재의 미네아폴리스 그리고 강경한 래커 총재의 리치몬드가 빠져있다.
◆ 금리인하 속행, "향후 행보는 좀 더 느리고 신중할 듯"
미국 연준은 주택경기 악화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서 출발한 신용위기가 전반적인 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해 9월부터 2003년 6월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번까지 다섯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여 5.25%까지 올렸던 연방기금금리를 5개월 만에 3%까지 2.25%포인트 인하했다.
한편 지난 해 8월 17일 긴급회의에서 재할인율을 50bp 인하함에 따라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의 격차는 0.5%포인트로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8월~9월부터 대응하기 시작한 연준의 행보가 경기에 12개월 이상의 시차 정도를 두면서 드러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하반기 경기회복을 점치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금리인하를 지배하는 것은 '금융 스트레스'이며, 이에 따른 경기하방 위험만 강조하다보니 과도한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 및 경기과열 나아가 또다른 거품이 양상될 위험은 무시하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내놓는 중이다.
FOMC는 이번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분기 동안 완만해질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제 2년차를 맞이해 시련 속에 성장하고 있는 버냉키 연준 의장은 "과도한 혹은 뒤늦거나 과소한 정책 대응"이라는 시장의 비판 속에 균형 잡기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길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이번에도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25bp 금리인하에 그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5bp 금리인하와 주말 고용보고서 결과가 생각보다 좋게 나오는 그림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과연 연준의 대응으로 경기침체를 억제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아직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그 속도가 급격하지 않고 좀 더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제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 오랜 시차를 감안해야 하는 통화정책 보다는 당장 고용시장의 상태와 미국인들의 소비지출 의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다음 번 금리인하는 추가적인 거시지표 상의 약세가 확인된 이후에야 정당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에 나올 1월 고용보고서가 그런 대표적인 지표들 중 하나다.
지난 주 연준이 '신뢰'회복을 위해 긴급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을 미리 예측했던 컨설팅업체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Medley Global Advisors)는 지난 주말에는 이번 주 50bp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분간은 3% 정도면 만족하라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메들리는 3.0% 기준 금리 정도면 지금으로는 경기전망에 대한 '보험'으로 충분해 보인다며, "지금 시장의 상황으로 보면 추가 금리인하가 정당할 것 같겠지만, 이 같은 단기적인 도취감은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고 경고했다.
◆ 연준, 점진주의에서 벗어나다
하지만 연준은 일단 금융위기로에서 경기침체로 나아가는 고리를 차단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이는 결국 더이상 금리인하가 필요치 않은 국면에 도달할 경우 '과도한 금리인하'가 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고, 다시 연준은 황급히 금리를 올리게 될 수 있음을 시시한다.
이 가운데 위기 국면에서는 이른바 그리스펀의 '베이비스텝(baby step)'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 동안 연준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점진주의(Gradualism)'의 우월성을 강조해왔지만, 지금은 공격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는데 동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준 고위 스탭 출신인 빈센트 레인하트(Vincent Reinhart)는 "금리를 내릴 때 이처럼 급격히 내리면 올릴 때도 급격히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 행보로 볼 때는 버냉키 의장의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론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즉 금리를 올릴 때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올리고, 내릴 때는 한방에 필요한 지점까지 급격히 내린다는 얘기다.
다만 금리를 내릴 때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목표지점을 급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임이 경험상 확인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금리인하 때까지만 해도 연준은 점진적인 대응으로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조율하고자 했지만, 12월 고용보고서가 급격히 악화되자 곧장 방향을 공세적 금리인하 쪽으로 선회하며 시장의 기대 수준까지 빠르게 따라 붙었다.
연방기금금리가 2% 선으로 내려서면 실질 금리는 제로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금리를 더 내리거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마이너스 금리가 기록된다.
물론 연준은 경기침체 혹은 그와 유사한 수준으로 경기가 둔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면서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하지만, 필요시 마이너스 금리를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는 대공황의 교훈 속에 금융가속기 현상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을 도출해 낸 학자 출신이다.
그는 대공황, 혹은 금융 공황의 양상이 심각해진 것은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악순환이 연쇄적으로 전개된 데 있다는 교훈을 이끌어냈다.
일본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옹호한 그는 필요할 경우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면 된다는 식으로 발언한 덕분에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까지 얻은 사람이다.
◆ FOMC 랠리 1시간 만에 무산.. 채권보증업체 우려
미국 연준이 경기침체 위험에 맞서 강력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이 같은 완화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자 미국 금융시장은 '일시' 환호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호의 시간은 불과 1시간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이날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 Ratings)가 채권보증업체인 FGIC(Financial Guaranty Insurance)의 신용등급을 트리플에이(AAA)에서 '더블에이(AA)'로 강등했다.
이 소식으로 경쟁업체인 MBIA와 앰벡(Ambac)의 주가는 각각 13% 및 17% 폭락했고, 연준의 금리인하로 랠리를 보이던 미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한편 연준의 공세적인 금리인하 결정은 금융시스템의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가 아니야는 우려를 제기하도록 만들었다. 금리인하가 시스템의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변동성만 늘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결정이 발표된 시점부터 소폭 하락하던 미국 증시 주요지수s는 일제히 랠리를 펼치면서 급상승했고, 채권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유로/달러는 1.49달러까지 급등하고 달러/엔이 107엔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한 시간' 짜리에 불과했다.
뉴욕 증시 마감까지 나머지 약 1시간 동안 주가는 다시 약세로 전환했고 채권금리는 반락했으며, 유로/달러는 1.48달러 선으로, 달러/엔은 106엔 중반선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연준이 성명서에서 "경기하방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 가운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오는 것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걱정이 다시 일어났다.
또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연준에 대한 '박수'는 너무 온건하고 낙관적인 연준의 태도가 인플레이션과 경기과열 혹은 거품을 다시 유발할 것이란 '비판'에 일부 자리를 내주었다.
이날 2년/10년 재무증권 스프레드는 150bp까지 확대되면서 2004년 이래 최대 폭을 기록했다.
토니 크레센치 밀러타박 수석채권전략가는 "2년물이 장기물에 비해 아웃퍼펌한 것은 비록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인하가 상품가격 랠리와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 전문가들은 이날 유로/달러가 1.49달러 저항선을 테스트한 것을 보면서 기술적으로 볼 때 유로/달러가 다시 1.4968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제출했다.
연준의 금리인하의 덕을 본 곳은 단기자금시장이었다. 3개월 달러 리보(LIBOR)는 3.2394%로 전날 3.2438%에 비해 하락했다. 지난 해 9월 5.725% 최고치에서 이만큼 후퇴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주간 원유재고 증가 소식에도 불구하고 79센트 오른 배럴당 92.43달러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