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통적'이란 표현은 '낡았다'는 인상을 먼저 주기 마련이며, 최근 시장의 급격한 조정으로 인해 저가매수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약세론적'이며 또한 '보수적'인 태도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떨까.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다는 '행태금융경제학'(behavior finance)'의 용어를 빌려, 지금 당신이 상황을 부인하고 낙관론적인, 스스로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이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하는 어떤 정보를 무시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지부조화는 주어진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고 느껴 결정적인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막고, 또한 뇌 작용으로 부정적인 재료를 걸러내고 긍정적인 정보를 축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행태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면 과거의 참사를 반복해 떠올려라
이와 관련, 마켓와치(MarketWatch)의 폴 패럴 칼럼니스트는 지나 14일 기사를 통해 영화 '어퓨굿멘(A Few Good Men)'의 대사 "자넨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You can't handle the truth)"러며 '약세장/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유일하게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경고한, 미국 최고 경제전문가 중 한명인 포브스의 칼럼니스트이자 금융 뉴스레터인 '인사이트'의 편집주간인 개리 실링(Gary Shilling)의 "2008년 투자전략"을 검토, 약세장에서 살아남는 14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먼저 그는 행태경제학을 들어 시장에 존재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패럴은 "낙관주의자들은 약세장 때 주식을 팔면 결국 손해본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버티면 주식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본능적 희망감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2002년 사이 약 30개월의 침체기 동안 S&P 500지수가 43% 하락했고 투자자들은 8조 달러를 잃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 사서 50%를 잃으면 밑에서 올라올 때는 100%를 벌어야 본전이 만회된다. 이럴 때는 관망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거듭 충고했다.
결국 그는 약세장에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관성과 비이성적인 희망감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역설했다.
지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침체가 2010년 혹은 2011년 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이는 다우지수가 1만 1722에서 4436까지 폭락한 2000~2002년 침체 보다 긴 기간이라고 그는 환기했다.
다음은 그가 실링의 주장을 인용한 부분인데, 이를 읽으려면 먼저 "매도하라"는 말에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매도하라'는 얘기에 욕지기가 나올 때마다 2000년과 2002년 사이 8조 달러가 날아간 사실을 반복적으로 떠올리자.
◆ 침체/약세기 주식투자자들의 14가지 행동전략
현재 약세장 위기에 종자돈으로 모은 연금과 자신의 포트폴리오 등 가족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던진 실링은 다음 13 가지 행동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다섯 가지는 서브프라임 관련 사항이다.
1. 주택건설업체 주식과 채권을 매도하거나 공매도하라.
2. 살고 있는 집이나 세컨드홈 혹은 투자용 주택을 팔려면 당장 팔아라.
3.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공매도하라.
4. 주택관련주를 매도 혹은 공매도하라.
5. 임의소비재 주식을 매도 혹은 공매도하라.
다음 5가지 행동전략을 제시하기 전에 패럴은 "무작정 팔라고만 하니 슬슬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낙관적인 사람들은 상반되는 지표를 제대로 볼 능력이 없으니 행태금융 전문가인 탈러스(Thalers)가 '당신이 자꾸 실수를 할 때마다 프로들이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돈을 가져가게 된다'고 말한 것을 상기하라"며, 2000년과 2002년 사이 8조 달러를 또 상기시킨다.
실링은 지난 수년간 문턱이 낮아진 대출은 투기과열 현상의 원흉이라며, "유동성의 바다는 우물 정도로 말라 버릴 것이며, 고수익 기대는 파산 우려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제시하는 5가지 행동전략은 과도한 투기에 대한 역공을 포함하는 것이다.
1. 등급이 낮은 채권은 매도하라. 정크(Junk)는 정크일 따름이다!.
2. 상업용 부동산은 매도하거나 더 투자하지 마라. 1974년~1979년 사이 모건스탠리에서 리츠(REITs)를 관리할 때 은행과 개발업자들이 막대한 규모의 문제적 포트폴리오를 청산하는 것을 지켜봤다. 요즘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3. 상품은 매도 포지션을 취해라. 장기적으론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4. 신흥시장 주식을 매도 혹은 공매도하라. 국내 증시보다 나을 것이라고 본다면 재고하라. 글로벌 증시는 하락할 때는 특히 동반하락한다. 게다가 중국 증시의 PER는 50배가 넘는다.
5. 신흥시장채권도 매도하라.
마지막으로 미국 연준이 월가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착각은 버리라고 패럴은 강조한다.
그는 "연준은 단지 침체기로 진행하는 것을 얼마간 늦출 수 있지만, 이내 현실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될 것" 이라며, 실링의 다음 세 가지 충고도 잘 들어 볼 것을 권고했다.
1. 미국 주식 일반을 매도 혹은 공매도하라.
2. 미국 장기 재무증권을 매수하라. 침체기에 접어들면 장기 국채가 랠리를 보일 것이다.
3. 조만간 달러를 사라. 미국 경제가 부진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달러는 약세다. 하지만 세계 제 1위 경제국인 미국이 침체에 빠진다면 그 여파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대미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6개월 내 파급효과를 느낄 것이며, 신용경색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 침체가 여파가 확산되면 결국 또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패럴은 이상의 13가지 행동전략에다 8개의 수동적인 투자상품을 결합한 이른바 마켓와치의 '게으른 포트폴리오(Lazy Portfolio)'를 14번째 행동전략으로 덧붙였다. 이 포트폴리오는 지난 5년 동안 S&P500지수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으며, 올해도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실링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다시 한번 권고한다. 많은 투자자들은 약세장에서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낫지 않으까 생각한다. 시장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머리 속에 '듣지마!', '팔지마!'란 소리가 들리겠지만, 약세장이 전망될 때는 주식을 파는 것은 법칙이라고 실링은 조언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지금 샀다가 50%를 잃으면 밑에서 올라올 때는 100%를 벌어야 회복된다"는 것이다.
패럴은 "가능하면 약세장에서는 투자를 피해라. 매도 후 관망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