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가 선거 기간 내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연 경제성장률을 7%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당선자는 '성장'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이 향후 어떤 뱡향으로 정책을 수행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21일 오전 6시 54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됐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에 콜금리를 연달아 인상한 후 3.5%대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5.00% 수준에서 동결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이 아직까지 불확실한 데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물가불안 속 경기침체)을 우려해서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4.7%로 전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간 3.3%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3±0.5%)를 벗어났고 내년 소비자물가도 한은의 예상보다는 더 높은 4%가 넘을 것으로 점쳐졌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기본방향을 생각한다면 매파적인 대응책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만일 이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성장'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을 펼쳐나간다면 한국은행과 대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도에는 이미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와 한국은행간의 이견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될 2008년의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은행과 새정부간의 이견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 한은 통화정책…운신의 폭 좁아지나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 팀장은 "새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제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한 예로 부동산 규제의 경우 이명박 당선자는 규제를 풀자는 쪽이고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자산가격의 상승의 한 방안으로 금리를 올리려고 할 텐데 새정부 입장에서는 금리의 상승은 재 뿌리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금리 인상의 걸림돌은 대외상황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된다면 참여정부 시대 때보다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쓸 경우 시중의 유동성이 증가하게 돼 한은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도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석원 한화증권 경제팀장은 "새정부가 성장 지향 쪽으로 경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조달하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보다는 완화된 정책을 기대할 수 있고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건설, 토목관련 분야, 재정정책에 이전에 비해 과감한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되면 현재도 풍부한 유동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은행의 입장은 더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새정부가 부동산 완화 정책을 실시할 경우 한은이 기존에 취하던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한은의 입장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새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운용자들이 생각하는 채권시장의 그림도 제각기 달랐다.
◇ 채권시장 단기적 호재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다소 완화돼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자산운용사의 A딜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7%대의 경제성장률을 공언했고 이를 단기간에 보여줄 것 같다"면서 "이를 위해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쪽으로 바뀔 수 있고 이에 따라 은행이나 현재까지 지속된 자금의 경색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단기자금시장이나 외화자금에 대한 규제가 더 완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완화 정책이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경기부양→주가상승…채권자금 또 이동? & 통화정책은 맨 나중
단기적으로라도 이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으로 채권으로 가야할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2-3년 후 경기가 살아난다고 조심스레 가정을 한다고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는 게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은행권의 A딜러는 "부양 정책을 위해 회사채 등을 추가적으로 발행하고 한 예로 채권으로 가야 할 자금이 대운하로 쏠린다고 하면 채권에 이로울 게 없지 않냐"며 "장기적으로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면 그것 또한 교과서 그대로 채권에 악재"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의 B딜러도 "경기 부양을 위해 국고채를 발행하고 기업들이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면 공급의 증가로 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며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수장이 되는 가칭 '실용정부'가 굳이 통화정책에 먼저 손을 대겠느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은행권의 B딜러는 "금리 조정은 마지막 카드일 것 같다"며 "현재 경기부양을 위해 세제 개편이나 재정 정책을 먼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통화정책은 당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