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객들이 이자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겠다는 곳으로 가기 위해 하나둘 은행을 떠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대표 금융기관이라 하는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실정법 위반 사실은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기폭제 노릇을 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의 이익을 쫒은 우리은행의 행태는 이런 불특정다수의 개인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는 믿음마저 저버린 행동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이름으로 개설한 차명계좌 3개가 결국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아울러 불법 자금거래로 의심되고 거래 금액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를 의무화한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위반 사실까지 들춰냈다.
자금세탁관련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되고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세탁 관련 규정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완전히 역행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우리은행이 실정법을 여러 차례 위반하면서까지 삼성의 요구사안들을 들어줬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우리은행이 삼성의 주거래은행이어서 삼성측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다는 것으로 설명되기엔 군색하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우리은행이 삼성에 본인 동의 없이 차명계좌를 개설해줬던 것과 불과 몇 년 전 우리은행이 삼성측에 고객 금융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했던 것이 과연 별개의 사인인가 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부족한 게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4월 우리은행의 삼성센터 업무팀장으로 발령 난 오모팀장은 삼성측에 삼성직원의 정보를 제공해 줘 징계까지 받았다.
이 두건 모두 우리은행의 삼성센터 지점에서 일어났다.
또 삼성에 차명계좌를 개설했던 때와, 삼성측에 직원 계좌정보를 제공했던 때 모두 전 황영기 행장 때의 일이기도 하다. 황 전 행장은 삼성증권 사장 출신이어서 우리은행과 삼성간의 밀월관계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직후 우리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밑에 있는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며 "위에서 시키면 하는 수 없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돈 바 있다.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한 분위기다.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실체규명은 아직 되지 않았기에 세인들은 앞으로도 한 동안 이번 일을 곱씹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은행들인데 이같은 일까지 겹친 것은 고객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 버린 처사다.
게다가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기 보다는 숨기고 은폐하려는 인상이 짙어왔던 만큼 비판의 빌미마저 제공하고 있다.
얼마전 BBK공방 때 하나은행도 투자 심사를 제대로 안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양 입장을 공표했다.
도대체 고객과의 신뢰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익만 내면 그만이고, 사회적 책무, 윤리와 준법의 근간이어야 할 은행이 반성과 자정으로 거듭나지 않는 연말은 우울하다.
연말 의례적인 봉사활동으로 대신할 문제가 아니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새해도 2007년에 뒷목 잡힌 신세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