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 2002년 말까지만 팔았던 근로자우대저축의 만기가 올 연말까지 1조4000억원 가까이 돌아올 예정이어서 은행들마다 자금조달에 진땀을 흘리게 생겼다.
은행권은 지난달 고금리예금을 쏟아내고서도 통틀어 8000억원 늘린 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이 규모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그만큼 새로 끌어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과도한 CD·은행채 발행이나 고금리 특판이 연말까지 지속되는 경우 자칫하면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만 덩달아 올라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크다.
◆ 5개은행만 1.4조...전달 정기예금 전은행 고작 8000억 늘려
8일 주요 은행들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혜택 폐지에 따라 지난 2002년 말까지 3~5년 만기로 팔았던 근로자우대저축의 만기 끝물이 올해 말로 돌아왔고 은행들이 내줘야 하는 금액은 원금만 무려 1조39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이같은 규모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단 5개 은행 합계치일 뿐이므로 전 은행권 규모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우대저축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팔았던 비과세저축 상품이다.
보통 비과세 상품의 경우 연말에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특히 이 상품은 그 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5년 전 이맘때쯤 수요가 폭증했던 것으로 은행 담당자들은 회상했다.
때문에 이 달 혹은 다음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클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당시 옛 조흥은행과의 합병 전에 팔았던 터라 만기가 돌아올 잔액은 합쳐 5035억원이어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다.
그 다음으로 외환은행이 2865억원으로 많았고 국민은행은 2347억원, 하나은행 2128억원, 우리 1618억원 순이다.
◆ 예금 한푼 궁한 은행들...금리 유인도 기대이하
문제는 이 돈이 올 연말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경우 가뜩이나 예금이 궁한 은행들로서는 조달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결국 금리로 유인을 해야 하는데 적금상품의 경우 한번 금리를 올리면 몇 년간 지속되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보통 연말로 갈수록 순이자마진(NIM) 관리를 강조하기 마련인데 실무자 입장에선 마냥 금리를 올렸다가는 수익성 지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고금리 특판을 통한 조달 또한 여의치 않고 그렇다 손 치더라도 그 효과도 기대 이하다.
11월 현재 모든 은행들이 최고 6%가 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일부 은행들이 특판을 선보였지만 주식형펀드 등으로의 이탈은 지속됐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했던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정기예금은 겨우 8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10조6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난달에 모든 은행이 정기예금으로 끌어 모은 돈의 2배 약간 못 미치는 만큼의 돈을 새로 끌어와야 하는 셈이다.
특판의 효과조차 기대이하인 상황에서 결국 고금리 예금 상품 출시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 방어를 위한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은행채 발행도 당국의 규제로 쉽지 않고,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어 외화조달도 마땅치 않는 등 자금확보 삼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