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은 지난 7월21일 현대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심 판결에서 법정구속됐다.
그동안 정회장이 굵직굵직한 농협 내 이슈를 챙기고 장기비전과 전략수립 등 비중이 컸던 점에 비춰 업무 공백도 1심판결 당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999년 부터 10년 가까이 계속된 정회장의 '장기집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최근엔 새 인물이 쇄신의 물결을 일으키는 '포스트 정대근'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협 안팎의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농협개혁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말뿐인 잔치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정회장이 오랫동안 회장직을 수행한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중앙회장 직이 비상임으로 명예직화됐지만 그동안 정회장이 장기간 실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대의원회와 이사회의 의장역할을 맡고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농협에 새 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미미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직의 근본적 개혁과 농협의 지배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기 위해선 정대근 회장 체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조심스런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농협 홍보담당자들은 "정회장이 비상임 회장직에 있고 신용·경제 등 각 사업부문별 대표이사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회장이 전결권을 갖고 있지 않고 농정활동을 하는 정도"라고 역할과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고 해명했다.
그러나 농협 한 관계자는 "각 부문멸 대표이사가 있기는 하지만 타이틀과 달리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는 그런 힘은 사실 없다"며 "농협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중앙회장직이 실질적인 명예직이 되고 전무이사는 외부의 전문경영인이, 그리고 실질적인 책임을 지닌 부문별 대표이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회 노조 고위관계자도 "정회장의 경우 그동안 정부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조합장들에 의해 뽑히고 또 장기집권하면서 그 파워가 막강하다"며 "어차피 지금은 과도기 이고 정회장 이후엔 자연스레 바뀌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분위기는 결국, 최근 은행간에 치열한 경쟁체계에서 변화하지 않고서는 농협의 장기비전인 종합금융그룹은 물론이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실직적인 농협 개혁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의식의 근거는 이미 상반기 실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올 상반기 중앙회 신용부문 실적을 보면 1조763억원의 큰 순익을 거뒀다.
하지만 LG카드 매각이익을 빼면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어든 4338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충당금 환입액까지 감안하고 1회성 이익을 제외한 총자산이익률 등의 수익성 지표는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늘어났고 연체율도 지난해 말 0.77%에서 0.85%로 오르는 등 자산건전성은 물론이고 BIS비율도 올들어 0.03% 포인트 나빠졌다.
이처럼 수익성이 소폭 악화되고 건전성까지 나빠진 것은 일반 시중은행에서 나타나지 않은 현상이어서 농협 내부의 위기의식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정회장의 처벌 근거가 됐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과 관련해서도 최근엔 KT, KT&G, 대한교과서 등 6개 공기업을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기업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농협도 함께 거론됐다가 정회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막판까지 남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검토했던 사안인 만큼 형평성 등을 이유로 특가법 적용대상이 안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특가법 적용 여부와 상관없어 정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농협중앙회 및 단위농협 내 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또 내년 6월이면 정회장의 4년 임기도 끝난다.
이 모든 상황 때문에 농협 안팎에선 포스트 정회장 체제가 하루빨리 정립되고 근본적인 농협개혁과 쇄신이 착수되기를 기대하는 여망의 수위가 높아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