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태업과 파업을 반복했던 한국씨티은행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 후 SCB는 앞서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의 사례를 경험한 바 있어 출범 이후 현지화 토착화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해왔다.
은행 안팎의 행사에서 한국음악을 공연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현지화 노력에 열심인 모습을 노출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05년 4월 인수 후 2년여만에 그동안의 현지화 노력이 일회성 이벤트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국씨티은행이 겪었던 문제들을 뒤따라 하는 양상이 돌출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임원 및 본부 조직 확대는 물론이고 국내 영업환경에 맞지 않는 제도와 정책들을 모점 조직 팔러시(policy)라는 명목으로 도입하고 국내 전결권은 줄이는 대신 사소한 의사결정까지 씨티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 등이 닮은꼴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지난 5일 옛 제일은행 노동조합은 서울 경인지역 조합원과 비정규직 직원 3000명(노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서울 종로 본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은행 경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그동안 제일은행 노조는 국내 영업환경에 맞지 않는 △밸류센터(사업부제)의 개선 △임원진 감축 △영업점포 및 영업인력 확충 등을 요구해왔으나 은행측은 인사·경영권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은행측과 노조가 지난해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38개 항목에 합의를 이뤘던 사안이라는데 있다.
그런데 은행측은 이 '10·26합의'를 무시하고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 10명의 본부장을 30명으로 늘리고 그 위 총괄헤드 밑에 중간헤드 3명을 새로 임명하는 등으로 임원진을 대폭 늘렸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신의성실 원칙을 위배한 셈이자 노조가 그릇된 경영노선으로 지적했던 그 길을, 반발을 무릅쓰고 곧장 택한 셈이다.
제일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기존 306개 영업점 단위에서 이뤄졌던 직원 평가, 인사, 주요 의사결정 등이 34명의 본부장에 이관되면서 영업점은 출장소 개념으로 축소됐다"며 "경쟁은행들이 영업점장 전결을 확대하고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추세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SCB의 영업행태는 보통 100~200명 규모의 영업점 1~2개를 두고 본부와 영업점을 겸한 업무를 하면서 실제 영업은 모집인들이 하는 모델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제일은행 출신의 적지않은 임직원들은 한 때 국내 대표 시중은행이었고 뉴브리지에 인수된 뒤 위축되긴 했지만 탄탄한 영업네트워크를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전체 영업 네트워크 망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기존엔 각 사업부가 독립돼 있으면서도 총괄 및 조정이 가능한 조직이었다면 밸류센터가 생겨난 뒤 희귀한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노조측은 주장하고 있다.
밸류 센터는 각 사업부간 교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세분화된 밸류 별로 영업을 추진함으로써 정작 다른 은행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밸류간에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경비축소 원칙을 강조하면서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마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다는 점이나 금감원에 신고된 임원만도 무려 48명에 이르며 이중 외국인 임원이 절반이라는 점 등을 노조 측은 문제 삼고 있다.
노조는 이들 누적된 문제와 함께 지난해 10월 합의를 깨고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지난 6월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부터 총파업불사 입장을 밝히며 저항해왔다.
급기야 지난 4일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 자리에도 은행측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노사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우선은 대화를 촉구할 것"이라면서도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대안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태업이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행측 설명은 약간 다르다.
은행 고위관계자는 "대화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이제 양측 모두 감정을 식히고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의 요구 대부분이 경영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협상 자체가 쉽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은행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SC제일은 앞서 출범한 한국씨티가 겪은 노사 충돌, 그에 따른 영업손실과 자원소모는 물론이고 기회비용 지출 및 대외 이미지 실추를 거듭했던 과정을 따라가고 있는 양상임에 틀림 없다.
한국씨티은행은 인수당시부터 장기간 파업을 치른바 있고 이후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초에 걸쳐 현지화와 독립경영을 주장하며 노조의 태업과 파업이 반복됐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근간이 되는 고객들의 이탈을 불러왔고 은행으로서도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SC제일은행의 노사 갈등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