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연준 의장은 자신이 학문적인 명성을 쌓아 올린 '대공황 분석'에 있어서의 핵심 가설인 '금융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 명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 의장은 15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준비된 연설물을 통해 "미국은 깊이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스템이 자본의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리스크를 나누고 다각화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을 통해 경제의 회복탄력을 강화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통화정책이나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는 27~28일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동결이 예상되고 있으며, 사실상 연준은 침묵(black out)기간에 돌입했다.
참고로 버냉키 의장은 최근 발언을 통해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상방 쪽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채권금리 급등세를 통해 금융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고용 및 소비 그리고 제조업 관련 지표들은 이번 분기 성장률이 연율 3% 대에 이를 것임을 시하고 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연설 제목이 말해주듯, 투자와 소비지출을 위한 금융(자금조달)이 단기적으로 그칠 경제적 충격효과를 좀 더 확대하는 '가속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이 기업의 자금조달시 프리미엄을 낮추면 충격이 잦아들고 난 뒤에 좀 더 쉽게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이 가속기가 거꾸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2001년 경기침체 때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했던 경험을 제시했다.
이 같은 금융 가속기는 소비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만약 이런 가설이 올바르다면, 주태 가치의 변화는 주택소유자의 순자산 가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자금조달 프리미엄, 즉 대출비용을 줄이게 함으로써 통상적인 부의 효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버냉키 의장은 주택모기지가 구조화되면서 금리의 변화가 소비지출에 얼마나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변동금리 모기지가 우세한 영국의 경우 "통화정책 변화 등 여타 요인에 따른 단기금리 변화가 거의 즉시 가계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같이 고정금리부 모기지가 대부분인 경우 그 같은 채널 효과는 좀 더 작을 것이란 얘기다.
◆ 금융가속기 가설과 서브프라임 사태
버냉키의 '금융 가속기' 명제는 마크 거틀러(Mark Gertler) 뉴욕대 교수가 주도적으로 주창한 것이며, 버냉키가 대공황의 이례적인 심도와 지속성을 설명할 때 기초로 사용했다.
버냉키의 기존 학문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오늘날과 같이 소비자들 레버리지 수준이 사상 최대에 달한 것은 주택가격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의 변화가 소비자들의 순 자산가치(純 富)에 더욱 큰 변화를 이끌어내 결국 자금조달 및 지출 능력에도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버냉키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의 문제는 이 같은 설명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의 대출자 역할이 줄어든 가운데, 수신이 없는 모기지업체들은 대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여건에 크게 의존한다. 결국 최근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의 부도는 이들이 새로운 신용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은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 내심 경각심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