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이 자문계약을 맺은 곳은 다름아닌 '채권왕' 빌 그로스(Bill Gross)가 전무이사 겸 수석투자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는 알리안츠(Allianz AG)사의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CO).
이 같은 소식을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계약을 완료한 그린스펀은 그로스를 비롯한 핌고의 경영진과 함께 분기마다 한차례씩 전략회의에 참석하게 되며, 또한 격주간으로 화상회의와 이메일을 통해 발언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6일 전했다.
또한 지난 해 1월 연준 의장직을 그만둔 이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기한을 설정했으나, 그 기간이 거의 종료된 만큼 이제는 금기를 깨고 비밀이 엄수되는 조건으로 핌코와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고.
◆ '채권왕'과 '마에스트로'의 격이 다른, 그러나 강력한 결합
WSJ는 전체 운용자산 6800억달러 중에서 약 95%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핌코의 그로스는 주기적으로 채권시장을 흔들어 왔으나, '마에스트로' 그린스펀과는 감히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연준의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사석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몇 차례나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의장직을 그만둔 지 한 주만에 리만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주최한 회의에서 금리가 더 인상될 것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올해 2월에는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1/3이 된다고 발언하여 글로벌 주식시장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논자들은 그의 발언이 후임 버냉키(Ben S. Bernanke) 신임연준의장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1년 동안은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을 삼가기로 했으나, 그 기간이 조만간 끝나기 때문에 사적으로 의견을 밝혀도 무방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공개적으로는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핌코의 그로스는 그린스펀이 연준의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발언에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와 한 팀이 된만큼 자신의 견해를 좀 더 솔직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예를들어 현재 핌코의 페드 와처(Fed Watcher)인 폴 맥컬리(Paul McCulley)나 리처드 클래리다(Richard Clarida) 등이 그린스펀과 함께 연준에 대한 분석을 함께 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린스펀은 연준 의장직을 그만둔 뒤 그린스펀 어소시에이츠(Greenspan Associates)란 컨설팅 회사를 차렸지만, 강연과 올해 9월 출판 예정인 책 저술에만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미 1년 전부터 그와 접촉해 온 핌코는 그린스펀이 출판 이전에는 자문역할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끝내 의견을 바꾸도록 설득했다.
◆ "낮은 인플레 추세 종료, 글로벌 금리 상승 예상"
지난 주 핌코와의 회의에서 그린스펀은 중국과 인도의 낮은 물가와 임금의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하락 압력이 줄어듦에 따라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저인플레 추세가 앞으로 수년 내에 종료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스는 자신이 지금으로부터 3년 내에 G7 국가들의 금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린스펀은 '더 상승할 것'이란 대답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자신은 미국 경제 약화로 인해 향후 12개월 이내에는 일단 금리가 히락할 것으로 보지만, 그린스펀의 견해가 자신의 견해와 거의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로스는 그린스펀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10월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버냉키가 더 낫다고 본다. 그린스펀 식으로 문제가 생기면 돈을 풀고 위기가 발생할 때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동시에 지속적으로 미국경제의 레버리지를 높였으며, 이런 유산은 버냉키에게 부담으로 남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스는 이번에 "명백히 나는 좀 더 그린스펀과 우호적인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에 그는 그린스펀과 만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린스펀이 가끔 등이 아파서 욕조에서 강연원고를 쓰는 것처럼 그로스 자신도 고등학교 시절에 욕조에서 숙제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린스펀이 "이건 우리 둘다 유동성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구먼"이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이나 핌코 양측 모두 자문계약의 기간이나 조건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린스펀은 핌코 이외에는 어떤 고객과도 자문계약을 맡지 않되, 자신이 원할 경우 누구와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그린스펀은 12개 이상의 고객을 두지 않되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을 자신이 선택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