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당국의 의중을 모르겠다”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자 어느 외환 딜러한테서 나온 말이다.
지난 7일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40원 갭다운한 925.20원으로 출발해 3원 정도 더 떨어져 전거래일보다 5.20원 하락한 922.40원으로 마감했다.
그 동안 1~2원 정도의 좁은 변동폭을 보이던 환율이 하루만에 5원 이상 빠졌으니 외환시장 딜러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간의 당국 행태로 봤을 때 당연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개입도 감지되지 않으니 딜러들의 머리 속은 더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부 딜러들한테서 '드디어 당국이 원화절상 흐름을 용인한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지금 보면, 그런 시각은 ‘설익은’ 것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일 외환당국이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권오규 부총리의 ‘말발’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
(이 기사는 9일 오전 11시 27분 유료회원들께 이미 송고된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권오규 부총리는 일본 교토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원화가 2002년초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40%, 일본 엔화 대비 약 30% 절상되며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며 엔화와 위안화의 절상을 촉구한 바 있다.
바깥에서 부총리가 원화절상을 용인하며 불균형 해소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안에서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 나설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부총리 말발 세우기’는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트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동안 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투기세력이 준동하거나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락할 경우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말을 누누이 시장에 전달해 왔고 실제 외평기금과 통안기금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개입에 나서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월요일은 투기세력 준동조짐, 지나친 급등락 등 개입명분 두 가지 모두가 감지된 하루였다. 달러/엔 환율 하락폭에 비해 NDF 종가가 지나치게 낮았고, 현물시장 또한 5원 이상 급락하며 폭락세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에도 나서지 않았다. 실수요로 자연스럽게 환율이 떨어지던 지난달에는 930원을 지키려 시장에서 '의아해' 하는 상황에서 개입을 단행했던 당국이 말이다.
대신 이틀이 지난 뒤 이날(9일) 오전, 일본 출장서 돌아온 재경부 허경욱 국제금융국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급상 원화절상이 계속될 이유가 없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모처럼 구두개입이 나와 시장도 다소 반색하는 느낌도 들지만, 시장과 그를 둘러싼 경제주체들, 그리고 경제시스템의 안정보다는 부총리의 체면이 우선인 것 같아 '입맛이 깔깔한' 구석이 없지 않다.
정부는 그 동안 외환시장 선진화를 무척 강조해 왔다. 일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혹여 이번 '불개입' 건이 대외적으로 '부총리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동안 '시장 친화적인 외환당국'이라는 주장은 진정성을 크게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돌리고 싶어할 지 모르겠지만, 당국이 시장 친화적인 노력을 배가하지 않고서는 시장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