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투자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해외펀드에 대해 3년간 한시적 비과세 방침을 밝힌 뒤 며칠도 안돼 역외의 반발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역외펀드, 펀드오브펀드 등도 해외펀드와 마찬가지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22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에반 해일(Evan Hale) 총괄대표는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역외펀드 비과세 혜택에 대해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관례상 일개 운용사가 정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기에 그 ‘과감성’이 놀랍기도 하고 그 ‘과감성’을 발휘케 한 ‘다급한’ 이면이 궁금해진다.
물론 재경부가 그 일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검토한 바 없다’는 식의 반대 해명이 아니라 ‘검토 중’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낸 이유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재경부, 역외펀드 비과세에 대해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듯
재정경제부는 당초 역외펀드의 경우 주식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어 국내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해외펀드와 달리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피델리티 등 역외펀드는 "기술적으로 '비과세 근거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외부감사를 통해 순자산가치(NAV) 등을 공개하는 독일식 방법이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방식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재경부의 공식 입장은 "외국의 유사사례, 기술적 측면에서의 집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결론 도출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협의를 주도해 온 재경부 김성진 차관보가 이미 ‘긍정적 검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수차례 언급했고, 실무대책반까지 구성해 역외 운용사들로부터 자료를 받으며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본다지만 관련 자료는 역외 펀드들이 더 많이 갖고 있고, 해외 사례가 있는 데야 재경부가 결사반대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역외펀드 가입액이 커질수록 정부의 환율대책 효과는 커질 수 있고, 국내 해외펀드의 투자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에만 쏠리는 현상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에 따라 역외펀드로부터 자금유입이 정체되거나 이탈되는 현상은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23일 오전 9시 54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피델리티의 ‘설익은 발표’, 역외펀드 자금이탈 충격 방어용인 듯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역외펀드의 순자산가치(NAV)는 2006년 11월말 현재 11조2000억원에 이른다. 2005년말 6조1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순자산가치 규모가 12조3000억원이니 이보다 1조원 정도 모자라는 셈이다.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가 담긴 재경부의 지난 15일 대책 발표 이후 5일 동안 역외펀드로부터 얼마만큼의 자금이 이탈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에반 해일 대표가 기존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정부와 협의 중인 내용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발표한 것과, 19일 역외펀드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하며 발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봤을 때는 대규모 이탈 움직임이 있었을 것으로 간접 추정된다.
피델리티 등 역외펀드 입장에서는 '비과세 동시 적용 발표'의 시기를 중요시해 설익은 발표라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이탈한 자금은 다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 정부 ‘환율안정 추가조치’는 ‘역외펀드 비과세'?
어쨌든 피델리티 대표의 '설익은 발표'로 한 가지 궁금증도 어느 정도 풀렸다.
지난 19일 외환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김성진 차관보의 "환율 안정을 위한 추가 강력 조치" 발언이 역외펀드의 비과세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연상시킬 수도 있어 시장 관계자들은 '개입 리스크'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는 역외펀드의 비과세 조치 등이 배경일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시장개입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과 당국간 ‘정보 오류’가 발생했고, 앞서 발표한 대책이 실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추가 조치’를 운운함에 따라 ‘미흡한 정책’에 따른 신뢰감 훼손은 아쉽고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실제 전날(22일) 달러/원 환율의 큰 폭 상승을 이끈 역외매수의 주체도 '역외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편으로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대책 발표 당시 에너지, 금융, 건설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외진출과 관련된 내용을 별도 발표키로 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정책운용에 문제는 없나
그러나 이번 '피델리티 사건'을 통해 정부 정책 운용의 여러 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재경부가 해외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을 때부터 역외펀드의 반발은 예상됐던 것이고 실제 반발은 크게 일어났다.
한덕수 전 부총리 시절부터 론스타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줄곧 강조해 온 것이 "내외국인 동등대우"였다. 정부가 역외펀드의 반발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정확히 살펴보지 않고 '설익은 대책'을 발표하자 결국 상황은 역외펀드의 '정부 무시'로까지 번졌다. 국내 운용사들이 정부와 협의 중인 내용을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발표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만약 현 상황에서 정부가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를 없었던 일로 되돌리면 정책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는 선진국들도 쉽게 주지 않는 혜택인데 정부가 정책 발표를 급히 서두르면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궁지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조세 형평성도 문제다. 조세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이다. 조세정책 운용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나 예외가 필요한 경우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차익(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과세로 바꾸는 게 기본 원칙으로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은 '비과세 남발'로 이어져 중장기 과세론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피델리티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무척 불쾌해하는 반응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인 제공은 스스로 했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환의 장기적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지만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데 이번에도 정부가 미뤘다가 한꺼번에 서둘러 하다보니 서투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정책이란 게 제반 상황과 필요를 종합해 방향을 설정하고 사전 사후 완성도를 높여야 부작용이 없는데 서둘러 발표하고 나중에 땜질 보완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자면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 피델리티 대표 "역외펀드 비과세 가능성" 시사 (2007/1/22)
"역외펀드 비과세 종합 검토 중" - 재경부 (2007/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