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이번 결정이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결론을 수용하면서 발빠르게 2월 금리인상 관측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시장이 최근 받은 충격의 여진은 계속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정부와 여당에서의 강력한 금리인상 견제 발언이 나오면서 이번 금리동결 결정이 정치적 외압의 영향도 받았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래들어 볼 수 없었던 내부의 강한 금리동결 반대는 빠르면 2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BOJ가 만장일치로 정책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2006년 3월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될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며, 이번처럼 큰 수의 반대표를 무릅쓴 결정이 나온 것은 2003년 10월 회의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18일 19시05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후쿠이 "정책운용 입장 변한 것 없다"
정치적 외압이 자신들이 결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미리 정책결정을 정부 측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일말의 진실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후쿠이 총재는 이날 금리동결에 반대한 3명의 위원들이 즉각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정책위원들은 추가적인 거시지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번 추가금리인상 시점은 미리 결정된 것이 없으며, 금리인상은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적절한 시점에 단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금리동결 "현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금리동결에 대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금리동결에 이를 때까지 시장과 당국이 보여준 혼선과, 결론적으로 '불투명한 결정'이 되어 버린 점은 '신뢰 실추'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BOJ의 정치력 능력은 아직 완전히 성숙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여지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BOJ의 운신으로 볼 때 오히려 상당히 높은 상황판단 능력과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전문가들은 2월 중순 발표되는 4/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가 생각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것으로 금리인상 결정을 설명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따라서 아직 불확실한 지표결과와 정부 정치권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BOJ 조사통계국장이 최근 토론회에 참석해 언급한 것처럼 3/4분기 경기나 소비가 워낙 나쁘게 나왔기 때문에 4/4분기 소비지출은 '서프라이즈'한 수준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GDP성장률은 연율로 4%에 이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말많고 탈많은 1월을 비껴간 것은 정확한 상황인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한편 이번 회의는 지난 해 10월 제출한 반기 경제 및 물가전망 보고서를 평가하는 자리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3/4분기 결과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회계연도 2006년의 물가 및 성장률 예상치를 달성하기하 힘들어 보이고, 따라서 이번 중간 전망평가에서 자신들의 예상이 다소 어긋났다고 밝혀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다.
BOJ는 이제껏 새로운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두 개의 기둥, 즉 중가 물가안정 수준의 달성 외에 중기 경제 및 물가전망에 따라 경제와 물가가 움직일 때 포워드룩킹(forward looking)한 방식으로 선제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10월 전망보다 경기와 물가가 다소 약했는데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제출한 중간평가에서 BOJ는 최근까지 경제와 물가의 수준이 자신들이 보고서에서 전망한 것보다는 약간 낮은 편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같은 배경으로는 날씨나 일시적인, 다시 말하자면 이례적인 요인으로 인해 "개인소비가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지난 10월 보고서에서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와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이번 회계연도에 각각 0.3% 및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지만, 지난 해 3/4분기 실질 성장률은 0.8%에, 근원CPI는 0.2%에 그쳤다. 이번 회계연도 말까지 당초 시나리오에 따른 목표수준을 달성하기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BOJ는 생산, 소득 그리고 소비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따라서 다음 회계연도까지는 자신들이 예상한 수준으로 물가와 경제가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후쿠이 총재 역시 정책심의위원들이 선순환에 의한 경기회복탄력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간평가는 자신들이 전망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추세적으로는 이런 전망을 철회할 필요가 없음을 적절히 설명한 것이고, 따라서 점진적이되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자체적인 근거를 재확인한 셈이다.
◆ 2월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졌다 vs. 낮아졌다
이 같은 상황의 검토는 결국 이번 BOJ의 6대3 금리동결은 2월 혹은 3월 이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위한 '2보 후퇴' 였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준다.
요시노 아키오 소시에테제네랄(SocGen) 애샛매니지먼트 수석시장전략가는 "금리를 당장은 동결했지만 이는 2월이나 3월에 25bp 금리인상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 금융시장은 빠른 속도로 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여 반영했다. 크레디쉬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수요일까지 30%에 불과했던 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70%까지 높여 반영되기 시작했다.
앞서 BOJ가 제출한 경기판단이나 10월 경제 및 물가전망 보고서에 대한 중간평가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BOJ의 포워드 룩킹 방식의 금리운용은 경기와 물가가 예상하는 바대로 움직인다면 선제적으로 경기과열이나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도록 억제하고, 반대로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금리인상의 영향이 반영되려면 약 1년 내지 2년 정도 걸린다는 판단에서 나온 이 같은 판단은 따라서 당장 지표변동성이 걸리더라도 전체적인 경기 및 물가방향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점진적 방식의 긴축 내지 완화정책을 고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게 된다.
물론 이 같은 긴축지속 가능성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가 국제상품 가격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받으면서 기대치에 미달했다는 BOJ의 평가로 볼 때, 최근 국제유가 및 상품가격의 급락은 앞으로도 소비자물가가 별로 강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BOJ의 평가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하락할 경우 CPI 상승률은 0.05%포인트 둔화되는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난 12월 근원CPI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0.5% 정도는 되어야 2월 금리인상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제와 물가지표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가 된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7월에 참의원 선거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주장에는 사실 이번 결정에도 정치적 외압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적인 의견이 숨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기대에 반하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을 전적으로 BOJ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 시장의 기대에 반한 결정, 전적으로 BOJ의 책임인가
사실 후쿠이 총재는 지난 달 금리동결 이후 "최근 소비와 물가지표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는 당분간 지표가 개선되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발표된 거시지표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언론과 금융시장은 연초 BOJ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잔뜩 반영하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BOJ 내부에서 금융시장이 펀더멘털 지표에 근거하지 않고 너무 언론의 보도에 휘둘린다는 불편한 심기가 나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금융시장의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고, 정작 정책당국 내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 것이 확인되자 미국계 유력 컨설팅업체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Medley Global Advisors)는 "이번에 금리인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합리적인 분석을 제출했다.
이 같은 돌발변수에 휘청하던 금융시장은 그래도 뚝심으로 자신의 기대를 밀고 나갔다. 정부당국자들이 강한 견제발언을 제출하고 BOJ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소식통의 전언이 나오고서야 무리한 기대를 황급히 철수했던 것이다.
금융시장은 BOJ가 자신들의 기대에 반해 정책을 결정한 것을 못마땅해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할 것과 좀 더 투명한 방식의 금리결정을 요구한다. 마치 과거 연준처럼 다음 번에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문구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경각심' 같은 발언으로 구체적인 시그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일본은행은 이 같은 공식적인 표현을 확립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 상당한 정도의 시그널을 제공해왔던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