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당정 모두 '뾰족한 수단'이 없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
거시정책 수단이래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있지만, 전자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고 후자는 BTL이니 재정 조기집행이니 하며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다.
과거 정권의 관행대로라면 건설이나 소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신용불량자 문제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둘 다 대상이 되기는 힘들다.
이에 경제정책의 책임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여당의 주문을 '집권당의 강력한 의지 표현'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굳이 기대를 걸어 보자면 '조건없는 출총제 폐지', '수도권 공장 허용' 등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런 미시적 대응책 또한 사회갈등이 과거보다 첨예해진 상황에서 합의 도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 열린우리당, "강력한 경기진작책 촉구"...정부도 "방향엔 동의"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특단의 서민경제회복대책'을 강력히 촉구하며 정부에 경기부양책을 주문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20조원 내외의 공적자금 초과회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이 재원을 바탕으로 경기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
김한길 대표는 "정부가 경기하방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상황의 악화를 막을 특단의 서민경제 회복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도 예산 조기집행,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 규제완화 대책도 동시에 주문했다.
같은 날 박병원 재경부 차관 역시 "경기부양적인 방향으로 거시정책을 조정하는 것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부양책 동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어차피 재경부는 지난 9월 권오규 부총리가 적극적인 경기대책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내년도 성장률 둔화에 따른 '경기관리'를 공식화한 바 있다.
◆ 수단은 있나..."발언강도 좀 쎄진 것 뿐"
'경제가 파탄났다'고 수년 동안 두들겨 맞아 온 당정으로서는 경기부양에 굳이 생각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집권 초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절대 없다'는 정강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이 또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경기관리'라는 말바꿈으로 어렵사리 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정청,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 또한 생활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적대적 정서가 많이 사그라졌다.
문제는 당이 주문하고 정부가 만들어야 할 '특단의 대책'이 있느냐 하는 것.
거시정책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있지만 재경부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재정정책 뿐이다. 지난 1998년 금통위 의장이 재경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뀌었고 2004년부터는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이 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재경부의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재정정책에는 대규모 국책사업 등 재정지출 확대, 예산의 불용방지, 재정 조기집행 등을 들 수 있지만 이러한 카드는 이미 꺼내들 만큼 꺼내들었다.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고 예산 불용방지, BTL 등 민자사업 활성화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굳이 추가하자면 내년도 예산 조기집행 정도.
이에 재경부 한 관계자는 "뾰족한 수단이 없기는 여당이나 정부나 마찬가지"라며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뭔가 액션은 취해야겠고 그것이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도 "집권당의 의지표현이 아니겠느냐"며 "그 동안 국회와 정부의 관행으로 봤을 때 (이번 발언이) 서프라이징(놀라운) 수준은 아니고 레토릭(수사)이 조금 쎄진 것 정도로 본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모두 경기부양을 주문했지만 정부로서는 '예스'나 '노'로 답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않느냐"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답답한 마음에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으면 미리미리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총제 폐지 등 미시대책이 오히려 해답?..."합의 어렵다"
이에 오히려 현 상황에서 정부가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 조건없는 출총제 폐지 등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미시적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정지출 확대가 쉽지 않고 할 수 있는 툴(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당도 구체적 요구를 할 수 있겠느냐"며 "규제완화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완화도 실행이 쉽지는 않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의 말처럼 "시민단체 한 두 사람의 반대로 정부정책 자체가 무산"될 정도로 사회갈등 조율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실제 6일 저녁 대기업 규제정책 발표를 앞두고 권오규 부총리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출총제 문제와 순환출자, 수도권 공장규제 등 기업투자 관련 이슈들 또한 모두들 적당히 불만을 가진 정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 비해 어떤 정책이든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졌다"며 "어느 한 쪽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가지지 않은, 중립적 태도의 정책조정자 또는 기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