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Ben S. Bernanke) 미국 연준의장은 31일 연설을 통해 컴퓨터 등 연산처리 단위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강력한 생산성 향상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을 제시했다.이날 미국경제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그의 이 같은 생산성 향상 지속전망은 경제와 물가에 대한 커다른 틀에서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버냉키 의장은 무엇보다 이날 연설에서 "1995년 이후 나타난 강력한 생산성 향상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최근 소득 및 산출통계 수정에 따라 지난 수년간 생산성 향상률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소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최근 변화는 장기 생산성 향상 추세를 재고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또 그는 최근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에 따르면 "장기생산성 향상률은 대략 연간 2.5% 수준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계 수정에 따라 2003년 노동생산성 향상률은 2.25%로 다소 낮아졌지만 이 역시 1995년까지 이전 10년간에 비하자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다만 버냉키 의장은 앞으로도 강력한 생산성 향상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보증된 것은 아니라며, 미래 생산성 추세를 예상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고백했다.그는 "지난 5년간 생산성 향상의 배후에 놓인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향후 전망에 대한 강한 단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물론 생산성이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라는 점에서 정책결정 단위에서는 자신들의 전망을 어떻게든 벼리는 수밖에 없다.이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장기 생산성 향상률을 예상하려면 먼저 잠재성장률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일이 쉽지만은 않음을 실토했다.사실 지난 8월 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생산성이 최근 크게 후퇴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주 발표된 의사록에 따르면, 몇몇 참석자들은 "이전 통계수치 수정 결과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은 상향수정된 반면 노동생산성 향상률은 하향수정된 결과"라고 지적했다.2/4분기 GDP보고서 잠정치에 따르면, 노동생산성 향상률은 1/4분기의 4.3%에서 1.1%로 뚝 떨어졌다. 그에 반해 노동비용은 4.2%나 급증해 1/4분기의 2.5% 증가율에 비해 크게 강화됐다.이날 버냉키 의장은 1995년 이래 생산성의 강력한 향상 추세의 배경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했다.그는 첨단기술의 발전이 생산성 향상에 일부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실질 생산성 향상 사이에 존재하는 명백한 간극을 제대로 해명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2000년 이후 정보화기술에 대한 투자는 급감하기 시작하지만, 그 때부터 생산성은 급격히 강화되었다는 점이 예로 제시되었다.버냉키는 첨단기술투자의 혜택은 신규 장비투자 정도로는 충분히 발현되기 힘들며, 오히려 직무훈련이나 조직재편 등의 여타 기업분야에서의 추가적인 "무형자산"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