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오름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급락했다.국제유가(WTI 기준)가 다시 배럴당 53달러대로 상승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닷새째 9,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매수심리가 확산됐다.그러나 외국인들의 달러 환전 매수가 예상 외로 등장하지 않고 업체 네고 매물 등 달러 매물이 급증하면서 스탑성(stop-loss) 매물이 매물을 낳는 '롱스탑의 악순환'이 빚어졌다.또 미국의 8월 무역수지 발표를 앞두고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달러/엔이 밀리면서 지지레벨이 무너진 것도 막판 조급한 매물이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급증으로 매수규모가 컸으나 결과적으로 역외 매수가 따라주지 않자 초조한 롱세력들이 급매물을 놓으며 낙폭이 커졌다"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예상도 보유심리를 무너뜨린 듯하다"고 말했다.◆ 달러/원 1,145원 지지선 붕괴, 장막판 스탑성 매물 급증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44.50으로 전날보다 2.70원 하락하며 마감했다. 달러/원 선물 10월물은 1,145.00으로 2.40원 내렸다.달러/원 현물환율이 종가기준으로 1,145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 22일 1,144.20 이래 처음이다. 전저점은 지난 9월 22일의 1,144.10원이며 연중 최저치는 4월 8일 기록한 1,140.30원이다.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상승세를 이어 1,147.30원의 강보합 수준에서 출발한 뒤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에 기댄 매수세로 1,148.9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그러나 오후 들어 추가 상승이 막힌 뒤 매물압력이 점증하며 1,147원, 1,146원, 1,145원에서 차례로 스탑이 걸리며 일중 저점인 1,144.50원에 마감했다. 하루 변동폭은 4.40원이었다.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18억8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에서 10억4,450만달러 등 모두 28억5,250만달러가 거래됐으며, 15일(금요일) 기준환율은 1,147.5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이날 종합지수는 10월 옵션만기일을 맞은 가운데 846.63으로 전날보다 9.55포인트, 1.12% 하락세로 마감, 지난 7일 이래 엿새째 하락조정을 보였다.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014억원을 순매도, 지난 8일 이래 닷새동안 9,239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도 하루 7,008계약을 순매도, 지난 나흘간 1만7,289계약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환율/주가 추가 조정 가능성, 재경부 개입 여부 주목 외환 및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의 지속 가능성 등 실적 시즌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환율과 주가의 조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특히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량 순매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을 통해 달러화로 환전되지 않고 있는 점이 외환시장에는 수급상 이례적인 변수로 부상, 저가매수 전략의 패착을 몰고 온 상태다.또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율하락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위주의 외환정책과 그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파장을 몰고온 탓에 환율 급락 우려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시중은행 딜러는 "국내 경기 부진이나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주가 하락 등의 주변악재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오히려 하락해 시장분위기가 하락쪽으로 꺾인 듯하다"며 "미국 무역적자 급증이 더해저 달러/엔도 추가 하향한다면 본격적인 매물 러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그러나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분이 아직까지 출회되지 않고 있으나 누적될 경우 환율이 급등할 여지도 있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외국계 은행 딜러는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부작용이 크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만을 믿고 거래에 임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외국인 순매도분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단순히 전저점 지지나 외국인 주식 매도 하나만을 가지고 버티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달러/엔이 미국 무역수지 악화로 더욱 떨어진다면 내일 중 갭다운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추가 스탑매물이 출회될 여지도 있다"며 "정유사 매수 등이 나타날 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한편 주식시장에서는 3/4분기 실적 부진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으나 세계 주가가 IT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 속에 동반 조정, 해외 자금이동이 여의치 않은 데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등 저가 재매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지 현금비중을 높이는 수준으로 해석하고 있다.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시즌을 맞아 IT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감이 단기 주가 조정과 함께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분이 포함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해외시장도 동반 조정을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도 진행되고 있어 일단 차익실현용 매도가 우선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실적 시즌의 하이라이트인 삼성전자의 실제 실적을 보고 저가매수가 나타날 지 추가 매도할 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