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4일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 정부는 8월 28일 농지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 농촌에선 임차농·소유주 불안과 혼란이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이웃에 농사 맡기는 관행…정식 임대 계약 없어
농지은행 위탁 땐 기존 경작자 밀려날 우려…"농촌 현실 구분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 명령을 지시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7일 농지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 명령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처리했고, 개정 농지법은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로 농촌 현장에서는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의 복잡한 소유·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제언을 통해 농지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군산·세종·포항·홍성=뉴스핌] 나병주 유재선 기자 = "기존에 농사 짓던 사람들은 굶어 죽으라는 얘기죠."
지난 28일 전북 군산시에서 만난 한 마을 이장 강모(62) 씨는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이야기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 답답함을 쏟아냈다. 집에서 일을 하던 강씨는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간 쌓인 불만을 토로했다. 강씨와 같은 임차 농민들은 농지 전수조사 이후 경작하던 땅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땅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농지를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사지을 땅이 줄면 강씨와 같은 임차인 소득도 감소한다. 농촌에서 땅 주인뿐 아니라 임차인도 농지 조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지난 5월부터 정부가 전국에 있는 농지를 전수조사하는 가운데 농촌에서는 '투기꾼 잡으려다 농민까지 다 잡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농사짓는 사람만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이번 조사를 추진했다. 투기 목적의 취득이나 정당한 사유 없는 임대 여부 등을 들여다보는 게 조사 취지다.

◆ 농지 절반은 빌린 땅…땅 주인과 농촌 전체가 흔들리는 이유
정부 설명에도 농민 불안은 여전하다. 농민들은 특히 생계를 걱정했다. 대다수 농민은 평소 빌려온 농지까지 고려해 농기계를 사고 농사를 꾸려왔기 때문이다.
강씨는 "기존 농민들은 임차 농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농기계를 사고 영농 규모를 키워왔다"며 "연간 3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던 농가가 임차 농지를 잃으면 10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농지 절반은 빌린 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해 2025년 12월 내놓은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 농지 임차율(전체 경지 면적 대비 임차 면적 비율)은 47%다. 농지 임차율은 1960~1970년대 20% 미만으로 낮았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7년 51.4%까지 도달했다. 농가 절반도 임차 농민이다. 2024년 기준 임차 농가 비중은 45%다.
세종시 장군면 도계1리 최영환(68) 이장은 "장군면 인근서 농민들이 토지를 빌려 경작하는 경우가 50~60%"라고 말했다.
◆ 농촌 임대 관행과 현실 괴리…"투기와 구분해야"
농민들은 임차인 피해를 줄이려면 오래된 임대 관행을 투기와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소유주는 농지를 묵혀둘 수 없어 이웃에게 맡기고 농기계를 갖춘 농민은 여러 사람의 논밭을 함께 경작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식 계약서 없이 농사를 맡기거나 쌀 등으로 대가를 주고받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토성2리 손길호(71) 이장은 "농촌에서는 임대 관계가 수시로 바뀌고 정식 계약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상 대대로 알고 지낸 주민끼리 구두로 농사를 맡기는 방식이 많다"고 말했다.
신광면 주민 A씨는 원래 직접 논농사를 지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져 다른 주민에게 경작을 부탁했다.
A씨는 "농기계를 모두 갖추려면 몇억 원이 드는데 이를 전부 마련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 농기계를 가진 기존 농민에게 경작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영환 이장도 "정식 계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인에게 농사를 맡긴 뒤 쌀 등으로 임차료인 도지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농지은행 위탁에 말 못할 고충
개인 간 임대를 농지은행 위탁으로 돌리는 것도 농민들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농지은행에 맡기면 그동안 농사를 지어온 지인이나 친인척에게 계속 경작을 맡기기 어려워져 위탁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최영환 이장은 올해 봄 농지 임차 문제로 농지은행에 직접 문의했다. 최 이장은 "농지은행에 맡긴 뒤에도 원래 농사를 짓던 사람에게 계속 맡길 수 있는지 물었지만 특정인을 지정해서 임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며 "소유주 입장에서는 아는 사람에게 계속 농사를 맡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오랫동안 남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군산시 회현면에서 60년째 농사를 지어온 석병오(73) 씨는 최근 약 10년 동안 경작해온 농지를 잃었다. 소유주가 해당 농지를 매각하면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석씨는 "한 달 전쯤 소유주에게 농지를 팔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농지 전수조사 시작 후 땅값이 떨어지자 급하게 처분한 것 같다. 10년 동안 일궈온 땅을 하루아침에 잃은 셈"이라고 한탄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