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4일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 농민들은 처분 명령 의무화에 불안과 반감을 드러냈다.
- 정부 설명 부족과 고령층 정보 격차가 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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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에 정책 메시지 단절...농민들 "현장 의견 수렴·후속 조치 안내 필요"
조사원 3명이 3500건 담당…일선 읍·면사무소도 업무 부담 호소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 명령을 지시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7일 농지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 명령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처리했고, 개정 농지법은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로 농촌 현장에서는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의 복잡한 소유·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제언을 통해 농지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군산·세종·포항·홍성=뉴스핌] 유재선 나병주 기자 = "농사를 안 지으면 땅을 빼앗아 가느냐."
세종시 장군면 도계1리 최영환(68) 이장이 동네 주민에게 부쩍 자주 듣는 말이다. 최영환 이장은 정부를 대신해 동네 70~80대 농민에게 농지 전수조사를 안내했다. 면 행정복지센터(옛 면사무소)에서 이장들에게 준 안내자료도 받아왔다. 최영환 이장은 "문자나 마을 방송만으로는 고령 주민이 농지 조사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국 농지 전수조사로 농촌 민심이 들끓고 있다. 농지 조사는 1948년 이승만 정부가 한 농지실태조사 이후 78년 만이다. 이재명 정부는 농지 투기를 근절해 헌법상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농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관행적 임대차와 불가피한 휴경 등은 예외로 하겠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해명에도 농심(農心)은 싸늘했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충남 홍성군에서 만난 70대 농민 김모 씨는 "논을 빼앗긴다, 농어촌공사가 강제 매각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빠르게 말했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다. 김씨는 "내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만 노인은 무엇을 조사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전북 군산에 있는 한 농촌 마을에서는 2명만 모여도 농지 조사가 얘깃거리다. 이 마을 이장 강모(62) 씨는 "이러다 돈 다 뺏기게 생겼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우각2리 이정숙(62) 이장은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거나 땅을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 사유재산에 메스…"농민 대부분 부정적으로 본다"
농민은 정부가 사유재산에 메스를 댄다는 점에서 반감을 드러냈다. 농촌에서 땅은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국가에 상속세를 내고 합법적으로 땅 소유권을 넘긴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세금을 다 냈는데도 정부가 농지 조사를 통해 추가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장군면에서 농한기에 카페 운영도 겸하는 농민 A(50대·여) 씨는 "농사짓는 입장에서 자산인 땅에 손대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며 "장군면 인근 농민은 대부분 (농지 조사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광면 주민 B씨는 "부모가 평생 일해 마련한 땅을 자녀에게 물려줬는데 자녀가 직장 생활 때문에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런 사정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데에 농촌 반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 불만은 민원으로 이어졌다. 홍성에 있는 한 면 행정복지센터 농지조사 담당 공무원은 "'농사 못 짓는데 어떡하냐'는 민원 전화가 간간이 온다"고 귀띔했다. 군산에 있는 한 면 행정복지센터 농지조사 담당 공무원도 "일부 주민은 '나라에서 우리 땅을 뺏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 '정보 접근 한계' 고령 농민 간과…정부, 설명 부족으로 불신 자초
농지 조사에 대한 농민 반감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컸다. 농민들은 농지 조사를 왜 하는지와 절차, 처리 방식 등을 정부로부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보도자료도 내고 방송에서 정책 설명을 하며 농지 조사를 안내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농지 조사 관련 글을 올리며 국민 오해를 풀고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그런데도 농민에게는 정부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SNS 등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는 노인이 농촌에 많이 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 인구 2명 중 1명은 노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잠정)'를 보면 지난해 농가 인구 중 65세 비중은 51.3%로 2020년(42.3%) 비교해 9%포인트(p) 상승했다. 70대 이상 농민이 34.5%로 가장 많았다. 60대가 30.9%로 뒤를 이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연화(73) 씨도 정부가 아닌 주변 주민을 통해 농지 조사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새벽에 나와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고 밤에 집에 들어가니 TV도 거의 안 본다"며 "농지 조사를 한다는 것도 주변 사람에게 듣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60년째 농사를 짓는 석병오(73) 씨는 "지역 고령 농민들은 아직 정책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에 대한 지역 설명회도 여태까지 없었고 인터넷이나 언론을 보는 상대적으로 젊은 농민들만 내용을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신광면 토성2리 손길호(71) 이장도 "정부 홍보가 신문이나 인터넷, SNS에 집중되는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고령층은 이런 매체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농 역시 정부의 설명 부족을 지적했다. 신광면으로 귀농한 지 4년 된 청년농 김성현(41) 씨는 "목적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조사부터 하다 보니 '농사를 안 지으면 정부가 땅을 가져간다', '농사를 안 지은 기간을 계산해 세금을 물린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 공청회·설명회 없이 속도전…하부 행정기관도 부담
이와 달리 홍성군 홍동면 문당마을은 농지 조사 반감이 줄었다. 이 마을은 송미령 장관이 직접 방문해 주민 설명회를 한 곳이다.
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는 "조사 발표가 처음 나왔을 때는 경작지를 잃을까 걱정했다"며 "송 장관이 와서 정부 설명을 들은 뒤에는 우려가 줄었고 실제로 매각 통보나 퇴거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속도전을 하기보다 공청회를 열고 주민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농촌 분위기가 바뀔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가 빠르게 추진한 농지 조사는 기초자치단체와 하부 행정 기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성에 있는 한 면 행정복지센터 농지조사 담당자는 "심층조사는 3명이 3580여 건을 맡고 있는데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포항의 한 면 행정복지센터 농지조사 담당자는 "조사원 4명이 현장조사 7222건을 맡고 있다"며 "8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조사할 예정이지만 물량이 많아 그 안에 모두 끝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jason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