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앙그룹이 6월 12일 JTBC 디폴트와 잇단 회생 신청으로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 무리한 스포츠 중계권 투자와 SLL 상장 무산 등으로 차입금이 2조8000억 원까지 불어나며 그룹 전반이 흔들렸다.
- 극장·배급·제작·방송을 아우른 중앙그룹 위기가 메가박스·SLL 등으로 번지며 K콘텐츠 산업 전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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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L 상장 무산 겹쳐 생태계 위기
[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JTBC가 6월 12일 만기가 돌아온 206억 원 규모 차입금을 갚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콘텐츠 산업의 밸류체인 전체를 타고 번지고 있다.

디폴트 이틀 뒤인 14일 지주사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4개사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하루 뒤인 15일 JTBC도 가세했다.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을 택했던 그룹의 모태 중앙일보마저 19일 한양증권이 보유한 22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끝내 막지 못하고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중앙일보 신용등급을 'D'로 강등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JTBC, 메가박스, 콘텐트리중앙의 채권자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로 메울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6월 13일 기준, 회생을 신청한 4개사 가운데 JTBC를 뺀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에 금융권이 물린 신용 공여만 6989억 9100만 원에 달하고, JTBC를 포함한 5개사는 약 8000억 원, 중앙일보와 SLL중앙 등까지 더한 주요 8개사 기준으로는 약 1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약 2조 8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이번 사태의 문제점은 미디어 그룹의 위기가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제작사 한 곳이 무너지면 해당 라인만 끊긴다. 그러나 중앙그룹은 극장(메가박스)과 투자·배급(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SLL중앙), 방영 채널(JTBC)을 한 묶음으로 거느려 온 사업자다. 상영부터 배급, 제작, 방영까지 한 몸으로 묶인 탓에 충격이 밸류체인을 따라 차례로 전이된다. 단일 그룹의 리스크가 곧장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는, 흔치 않은 구조다.
위기를 앞당긴 것은 7000억 원 규모 스포츠 중계권 베팅이었다. 콘텐트리중앙 자회사 피닉스스포츠가 2026~2032년 올림픽과 2026·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을 약 5억 달러에 사들였지만, 지상파 재판매가 잇따라 무산되며 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 지난 2월 단독 중계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1.8%에 그쳤고,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은 KBS에 140억 원을 받고 파는 데 그쳤다. 다만 이는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 OTT 전환으로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극장·제작 부담이 누적된 상태에서 더해진 마지막 한 방으로 보는 편이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메가박스 합병 사실상 무산 SLL 등 생태계 위기
영화가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멀티플렉스와 배급 브랜드 플러스엠을 함께 거느린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에 들어가면서 상영과 투자·배급이 동시에 멈출 위기에 놓였고, 추진하던 롯데시네마와의 합병, 이른바 '메가 시네마' 구상도 사실상 무산됐다. 회생 신청 직후 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가 예매 화면에서 끊겼고, 정산금을 받아야 하루 운영비를 돌리는 영세 위탁 가맹점주들의 자금난 우려가 흘러나온다.
이 한가운데 7월 15일 개봉을 앞둔 순제작비 500억 원대 대작 '호프'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넘어선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로,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SF 액션 스릴러다.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 주연을 맡았고 칸 경쟁 부문에서 7분 기립 박수를 받으며 200여 개국에 한국영화 사상 최고가로 선판매됐지만, 정작 국내 개봉을 코앞에 두고 배급사 모기업의 회생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신한투자증권 김상인·차주희 애널리스트는 "메가박스중앙이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에서 빌린 돈만 1690억 원에 이를 만큼 현금 창출력이 바닥인 상황이라, 쇼케이스·시사회 등 수십억 원대 마케팅(P&A) 비용을 유연하게 집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양상이 다르지만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SLL중앙은 회생 신청 대상에서 빠졌고 촬영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의 돈줄이 흘러드는 방영 채널 JTBC가 회생에 들어간 이상, SLL이 받을 방영권료 정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위기를 키운 또 다른 축은 SLL의 상장 무산이다. 2021년 콘텐트리중앙 자회사 JTBC스튜디오, 지금의 SLL중앙은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 계열 에이스빌로부터 각각 3000억 원과 1000억 원, 합쳐 4000억 원을 전환우선주로 유치하며 정해진 기한 안에 상장하겠다고 약정했다. 두 투자자가 쥔 지분은 약 28%(프랙시스 18.36%, 에이스빌 10.11%)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1조 2000억 원. 그러나 투자자에게 약속한 최소 수익률을 맞추려면 2조 원 안팎의 가치로 상장하거나 매각돼야 했는데, 제작비 상승과 IPO 시장 침체로 그 길이 막혔다. 두 차례 연장한 상장 시한마저 만료되자 4000억 원은 고스란히 갚아야 할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중앙그룹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읽지 못한 채 콘텐츠와 중계권에 공격적으로 베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문제는 그 청구서가 그룹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K컬처 산업 전체가 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 왔기 때문이다.
중앙그룹 위기는 단순한 그룹 유동성 위기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의 투자 논리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메가박스중앙 회생은 극장 산업 재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SLL중앙 투자금 회수 문제와 메가박스중앙 회생, 신규 스튜디오 개발 사업 수익성 우려 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자본시장이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냉각되고 있다.
fineview@newspim.com
◆ 금융 용어 풀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갚기로 한 돈을 약속한 날에 못 갚는 것.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 법원 관리 아래 빚을 조정해 회사를 살리는 절차.
워크아웃: 법원이 아닌 채권단(은행)과 협의해 빚을 조정하는 구조 개선 절차.
기한이익상실(EOD):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채권자가 만기 전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금융사가 한 기업에 물려 떼일 수 있는 돈의 총량.
BBB: 투자 등급의 가장 낮은 칸. 아래(BB 이하)부터는 투기 등급으로 자금 조달이 급격히 어려워진다.
유동화 차입금: 앞으로 들어올 돈이나 자산을 담보로 미리 당겨 쓰는 자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