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제갤러리가 9일 한옥 전시장에서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을 개막했다.
- 이번 전시는 인물·누드·꽃·조각 등과 함께 국내 첫 공개되는 대형 젤라틴 흑백 오버사이즈 연작을 선보인다.
- 메이플소프는 조각적 형식미와 급진적 섹슈얼리티를 결합한 사진으로 현대사진의 지평을 넓힌 작가로, 전시는 7월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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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누드,정물,풍경 사진과 '모던 오버사이즈' 사진 최초 공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매우 짧은 작가생활을 영위했지만 미국 현대사진계에 엄청난 논쟁거리와 담론,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기고 떠난 로버프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의 사진이 우리 곁을 다시 찾았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6월 9일 한옥 전시장에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을 개막했다. 오는 7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두번째 메이플소트 사진전이다.
2021년 국제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가 섹슈얼리티를 탐구한 사진에서부터 유명인사의 초상, 탐미적 정물사진까지 다양한 주제를 서사성을 중심으로 소개했다면,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주제나 장르를 떠나 그의 사진을 관통하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살펴보는 데 촛점을 맞췄다. 특기할 점은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 협력해, 작가의 실험정신과 현대의 사진기술을 접목한 새 오버사이즈 연작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메이플소프는 20세기 후반 미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초상화와 정물화, 그리고 누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장르를 그 어떤 사진가보다 탐미적으로 소화해 데뷔하자마자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또한 사디즘과 마조히즘 등 당대 뉴욕의 도발적인 하위문화를 결합해 사진 매체의 경계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과감히 실험하기도 했다.

국제갤러리 한옥의 고요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형태의 시학'전은 메이플소프 특유의 연극적 긴장이 우아하고 통제된 실내공간과 멋진 대조를 이룬다. 한옥에 이렇듯 예리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서구의 사진이 잘 어우러질 수 있다니 하는 찬사를 머금게 한다.
이번 전시는 주제 면에서 작가가 주로 다루었던 인물, 여성 및 남성의 누드, 고전 조각, 꽃, 풍경 이미지들을 아우른다. 특히 작가의 정제된 형식미가 돋보이는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 전시작은 크게 두 개의 작품군으로 짜여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궁극의 스웨덴 프리미엄 플래그십 카메라인 핫셀블라드(Hasselblad 500)로 구현한 대표적인 젤라틴 흑백사진들, 그리고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에서 최근 작가 생전의 염원을 실현하고자 54 x 54인치(137.2 x 137.2cm)의 사이즈로 인쇄한 오버사이즈 젤라틴 흑백사진들로 나뉜다. 국내에서 메이플소프의 오버사이즈 젤라틴 흑백사진이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사진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플소프는 생전에 "사진은 말하자면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 말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발견된'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인식되던 사진을, 조각이나 회화처럼 '순수예술(fine art)'로 격상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 뿐만 아니라 그가 사진 매체와 맺고 있던 '관계'를 품은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메이플소프는 우연의 개입을 허용하는 '찰나의 미학' 대신, 계산된 채광이나 완벽한 구도에 천착하는 '극한의 미학'을 고집스럽게 추구했다. 이에따라 그의 사진은 그리스·로마 조각상의 클래식한 조형미와 완벽한 비례감, 치밀한 구성원리를 보여준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게 통제해 인물, 꽃, 오브제를 마치 고전 조각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흑백과 그 중간의 여러 회색 톤들이 부여하는 섬세하면서도 강한 콘트라스트 역시 형태를 또렷하고 유려하게 부각시킨다. 결국 그의 사진은 평면 이미지이면서도 하나의 조각처럼 보인다.
메이플소프는 원래 사진학도가 아니었다. 1960년대에 뉴욕주 브루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회화와 조각,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메이플소프는 사진 콜라주를 활용한 오브제 작업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에게 예술이란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었기에, 이후 사진과 조각을 유연하게 오가며 창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세계를 추구했다. 이 '새로움'의 추구는 형식 뿐 아니라 대상이나 주제에도 적용되어, 그는 남성누드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대에 흑인 남성누드를 찍고 미지의 영역이던 '죽음과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우며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로인해 메이플소프는 사회적 논쟁과 예술검열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그는 이러한 파격적 주제를 다룰 때조차도 꽃과 오브제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경우와 동일한,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정교한 질서를 목숨처럼 고수했다.
이로써 그의 흑인 남성의 누드사진에서 꽃병의 아름답고 견고한 형식미가 느껴지고,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꽃이 의인화된 신체처럼 다가온다. 결국 탐미주의와 급진성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루는 양가성은 메이플소프 작업의 핵심적 특징이자 차별점이다.
생전에 메이플소프는 30 x 30 인치(76.2 x 76.2 센티미터)부터 40 x 50 인치(101.6 x 127 센티미터)에 이르는 오버사이즈 젤라틴 흑백사진 에디션을 120여 점 제작했다. 최근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은 사진의 디테일과 퀄리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오늘날의 기술환경에서 확장하고자, 현재 실버 젤라틴 종이로 인쇄가능한 최대 크기로 제작한 '모던 오버사이즈' 연작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모던 오버사이즈 연작 가운데 3점이 국내외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되고 있어 의미가 크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어떤 작가?=1946년 뉴욕 퀸스 플로럴 파크에서 태어났다. 1963년에 브루클린에 위치한 프랫 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회화, 조각, 그래픽 디자인을 수학했으나 6년 후 중퇴했다. 1970년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처음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한 그는 1973년 뉴욕에 위치한 라이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제시된 주제들은 이후 그의 전 시기에 걸쳐 지속된다. 초반 작업들이 가까운 지인들, 예술가들, 혹은 사교계 인물을 담아냈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작업들은 음지의 BDSM및 퀴어 문화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메이플소프는 이 외에 꽃이나 동물, 어린아이들, 풍경, 혹은 고전 조각과 같은 평범하고도 전통적인 주제들을 섬세하게 다루기도 했다.
1989년, 다소 젊은 나이인 44세에 에이즈로 숨을 거둔 메이플소프는 활동기간은 짧았으나 20세기에 활동한 예술가들 중 현대사진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한 결정적인 작가로 꼽힌다.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2019, 2005, 1993), 포르투 세랄베스재단(2018), 로스앤젤레스 J. 폴 게티 미술관(2016, 2012),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2016, 2012), 파리 그랑 팔레(2014, 1988), 런던 테이트 모던(2014), 뉴욕 휘트니미술관(2008, 1988), 그리고 ICA 필라델피아(1988)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그의 개인전 및 회고전이 개최되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은 로스앤젤레스 J. 폴 게티 미술관, 바젤 쿤스트할레, 뉴욕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요코하마 미술관 등 세계 각지의 기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국제갤러리 한옥에서의 메이플소프 사진전은 오는 7월 18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