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간접 회담을 열어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탐색전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 타격과 미국의 폭격으로 이어진 '12일 전쟁' 이후 8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복귀한 양측은 핵연료 농축 중단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국영 매체를 통해 이번 회담이 "좋은 시작이었다"며 차기 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진전은 미미했다. 이란은 "이번 회담은 핵 문제에 한정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우라늄 농축 중단과 농축 연료의 해외 이송을 요구한 미국의 핵심 제안은 "협상 불가"라며 거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 프로그램 폐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중동 내 무장단체 지원 중단 등 3대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라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은 이란의 미사일 및 역내 대리 세력 문제를 협상의 필수 의제로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눈길을 끈 것은 미국 대표단의 구성이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외에,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해군 제독)이 이례적으로 동석했다. 이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협상 결렬 시 즉각적인 군사 옵션을 가동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향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신속하고 폭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 해군 기동부대가 집결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현재 매우 취약한 위치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쟁으로 주요 핵시설이 파괴된 데다,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민심이 급격히 이반됐다는 것이다.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경제 붕괴 위기까지 겹치며, 이란 수뇌부의 선택지는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
이날 회담은 미국과 이란 대표가 직접 대면하는 대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양측을 오가며 입장을 전달하는 간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진전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중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앨런 에어 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란 담당)은 WSJ에 "이란 문제를 40여 년간 지켜봤지만 지금이 양국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단 한 번의 잘못된 행보가 초래할 부정적 여파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 거부는 물론 미사일 및 역내 대리 세력 문제를 별도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일괄 타결 요구와 이란의 단계적 협상 전략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향후 몇 주가 중동 정세의 향배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