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진출…가격·기술 양면 경쟁 예상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프리미엄 TV로 '마이크로 RGB TV'를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TV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국면을 열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선점한 프리미엄 TV 시장에 'RGB LCD'라는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프리미엄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각각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이미 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라인업 확장을 시도하고, LG전자는 OLED 기술을 접목한 신모델로 맞대응하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인 데 이어 2026년형 제품군을 55·66·75·85·100형까지 확대하며 본격적인 라인업을 구축했다. 초대형 단일 모델 중심이었던 전략에서 벗어나 중대형 제품까지 아우르며 실질적인 프리미엄 주력 라인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큰 틀에서 LCD TV로 분류되는 마이크로 RGB TV는 기존 LCD 제품처럼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구조이지만, 백색 광원 대신 적색·녹색·청색(RGB) LED를 각각 독립 제어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특히 삼성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RGB LED를 적용해 색 정확도와 밝기 제어 정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로컬 디밍 효과를 극대화하고, 깊은 블랙과 높은 명암비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RGB AI 엔진'을 적용해 4K AI 업스케일링, 장면별 색상 최적화 기능 등을 강화했다. AI 플랫폼을 지원하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RGB TV를 통해 프리미엄 LCD 시장의 최상단을 새롭게 정의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LG 마이크로RGB 에보(evo)'를 처음 공개하며, 75·86·100형 등 중대형 중심의 라인업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마이크로RGB 에보는 최신 마이크로 RGB 기술에 올레드 TV를 통해 축적한 정밀 광원 제어 기술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2026년형 OLED TV와 동일한 듀얼 AI 엔진 기반의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픽셀 단위 제어에 가까운 수준으로 RGB 광원을 정밀 제어하는 '마이크로 디밍 울트라' 기술을 통해 기존 LCD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질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색 정확도 측면에서도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방송·영화·그래픽 표준을 모두 충족했다는 평가다.
가전업계에서는 삼성과 LG 모두 마이크로 RGB TV를 OLED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을 넓히는 보완재로 쓰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OLED가 여전히 최상위 화질 구간을 담당하고, 그 아래 가격대는 마이크로 RGB TV로 채워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촘촘히 만드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 RGB TV는 OLED보다 접근성은 높고, 기존 LCD보다는 확실한 화질 우위를 주는 절충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국 업체들도 RGB TV 시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하이센스는 유럽 IFA 2025에서 RGB TV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의 마이크로 LED 소자 크기는 100~500㎛ 수준으로 삼성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은 삼성 제품보다 약 1.6배 저렴한 수준에 책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RGB 구간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리미엄 TV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RGB TV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대형 LCD 패널 공급망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도 구조적 부담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삼성과 LG는 RGB와 OLED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프리미엄 시장 방어와 저변 확대를 동시에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가격 공세가 거세질수록 한국 기업에겐 기술 완성도와 브랜드 신뢰를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며 "마이크로 RGB TV는 그 경쟁력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