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이 18~19일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0.5%에서 0.25%포인트(p) 올린 0.75%로 인상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내년 임금 인상(춘투)을 향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로써 일본의 금리는 1995년 이후 약 30년에 걸쳐 사실상 상단처럼 작동해 온 '0.5%의 벽'을 넘어섰다. 일본 경제는 이제 기업과 가계, 재정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금리가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 왜 지금 금리 인상인가?
BOJ는 1월 금리를 0.5%로 인상한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본의 경제·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기 위해 6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해 왔다.
1월 인상 이후 경제와 물가가 BOJ의 예상과 대체로 일치하는 흐름을 보이며, 더 이른 시점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올해 4월 미국의 관세 정책 시행으로 그 움직임이 멈췄다.
그러나 그 후에도 국내외 경제에 뚜렷한 하락 요인은 관찰되지 않아 금리 인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판단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9명 정책위원의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결정됐다.
BOJ는 2%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고, 이를 통해 다음 임금 인상의 재원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중시해 왔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기업 수익이 압박받고, 그 결과 임금 인상 흐름이 꺾일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하지만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경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언급한 "2026년 춘투의 초기 모멘텀(상승세)"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결정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는 "2025년에 이어 견실한 임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종합 평가하며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의 엔화 약세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는 점도 인상 결정을 뒷받침한 요인 중 하나다. 달러/엔 환율은 1달러=155엔 안팎에서 굳어졌고, 엔화 약세가 한층 더 진행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 등을 통해 물가 상승이 지속될 요인이 된다.
◆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BOJ는 금리가 0.75% 수준이라도 여전히 금융 환경은 완화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오랜 디플레이션 하에서 초저금리 환경에 익숙해진 일본 경제가 '금리가 있는 세계'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실제 인상을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BOJ는 0.75% 금리에서도 경기와 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효과는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물가 변동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크게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를 두고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라, 액셀레이터를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BOJ는 앞으로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방침이며,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속도와 최종 도달 수준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가 하나의 기준이 되지만, BOJ는 이를 "1~2.5% 사이에 분포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립금리 추정치는 범위가 넓고 불확실성이 커, 이를 토대로 역산해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그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BOJ의 판단이다.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와 물가, 은행 대출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금융 완화의 정도를 가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술했듯 BOJ는 0.75% 금리 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경제·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실현된다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한다"는 방침도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번 회의의 BOJ 결정에 대해 주요 각료를 포함한 정권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발언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일본 정부가 물가 상승 대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기 대책을 막 결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식료품·에너지 가격 상승을 불러올 추가적인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견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