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대출제도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 개선과 금리정책 보완 수단의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신 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과제: 커뮤니케이션과 정책수단' 컨퍼런스에서 "한국은행의 대출제도는 금융안정을 위한 제도와 금리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구분된다"며 "이 가운데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은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최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위기 국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며 "금융시장 상호연계성 심화와 IT 발전으로 거래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기 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더욱 과감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한국은행은 과거 외환위기와 은행 유동성 위기 당시 긴급여신을 활용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상설여신 제도인 자금조정대출을 도입한 바 있다.
신 위원은 "상설여신은 적격 담보만 갖추면 언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전적 안전판"이라면서도 "높은 가산금리와 낙인효과 우려로 활용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관련해 한국은행은 2022년 부동산 PF 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대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을 강화해왔다. 담보 자산은 국채 중심에서 공공기관 발행채와 은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 커버드본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했으며, 자금조정대출 가산금리는 100bp에서 50bp로 인하됐다. 최대 대출 만기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했다.
신 위원은 "현재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를 추가로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과제는 두 가지"라며 "첫째는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긴급여신과 상설여신의 담보로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자산의 약 70%가 대출채권인 만큼 이를 담보로 활용하지 못하면 위기 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이미 대출채권을 적격담보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제도 편입'을 제시했다. 신 위원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수신 규모가 은행권의 40% 수준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시스템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크다"며 "은행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한은법은 금융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출제도 개선 과정에서는 배젓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담보와 높은 금리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리정책 보완 수단인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에 대해서는 "취약부문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자금이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축소가 바람직하다고 봤으나, 부문 간 양극화가 심한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금중대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취약부문의 적정 중립금리는 경제 전체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평균적인 경제상황만을 기준으로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중대는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금중대가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재정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의 정비와 재정정책과의 역할 분담,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성과 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한국은행은 정책 수단 확충과 개선을 통해 금융안정 역할 강화와 경기 대응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으며, 오늘 논의가 향후 제도 개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