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36%로 하락해 2기 집권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11월 3일~25일 미국 18세 이상 성인 1321명(표본 오차범위 ±4%포인트[p])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5%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0%다.
올여름 이후 40~41%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다시 또 꺾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대 최저 지지율인 2021년 1월 의회 의사당 난동 사태 직후 기록한 34%와도 근접해졌다.
여론조사에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사상 최장 기간으로 이어진 시점과 일부 주에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흐름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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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갤럽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7%p 급락한 84%로, 2기 들어 최저치다. 무당층 역시 8%p 떨어진 25%로 역대 두 정부 임기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평가는 3%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별 평가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다수였다. 다만 치안(43%), 외교(41%), 무역(39%), 이민(37%) 분야는 전체 직무 지지율(36%)을 소폭 웃돌았다. 반면 경제(36%), 중동 정세(33%), 연방예산(31%), 우크라이나 전쟁(31%), 의료정책(30%) 등에서는 직무 지지율과 같거나 더 낮았다.
갤럽은 올해 7~8월 조사 대비 이민(-9%p), 중동 정세(-7%p), 경제(-6%p) 분야에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방정부 셧다운과 직접 연관되는 연방예산(-12%p)과 의료정책(-10%p)은 올 초 대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정당별로는 공화당 지지층의 정책 지지율이 67~88% 범위로 여전히 높지만, 우크라이나·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무당층 지지는 22~38%에 그쳤고, 민주당 지지층은 어떤 정책에서도 8%를 넘지 못했다.
의회 지지율은 14%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앞서 셧다운 여파로 10월에는 11%p 급락한 15%를 기록했으며, 현재 부정 평가는 80%다. 공화당 지지층의 의회 지지율은 셧다운 이전 54%에서 23%로 급감했다. 무당층은 15%, 민주당은 4% 수준을 기록했다.
갤럽은 최장기간 셧다운, 공화당의 선거 패배, 경제적 부담 심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하락세는 특히 공화당과 무당층에서 뚜렷하며, 이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불리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한 유권자 3분의 1 "MAGA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첫해 내내 결속력을 유지해온 정치적 연합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14~17일 미국 성인 2098명(표본 오차범위 ±2%p)을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날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의 55%는 자신을 트럼프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규정했지만 38%는 "나는 MAGA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스스로를 마가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들은 자기 스스로 MAGA라고 밝힌 트럼프 지지층에 비해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특히 이 비(非) MAGA 지지층은 경제 문제에서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리는 경향이 더 뚜렷하고, 트럼프가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며, 미국의 미래를 MAGA 지지층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트럼프 지지층 안에서도 '정체성의 강도'에 따라 충성도와 정치 인식의 결이 크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인식의 차이는 가장 두드러지는 균열 지점이다. 스스로 MAGA라고 밝힌 지지층의 47%는 여전히 경제 상황의 책임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는 반면, 비MAGA 지지층 가운데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은 26%에 그쳤다.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 등 의료 복지 이슈에서도 차이는 훨씬 더 두드러졌는데, MAGA 지지층은 공화당이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고 85%가 신뢰했지만, 비MAGA 지지층에는 55%로 비교적 낮았고 19%는 민주당을 더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27%는 '아예 어떤 쪽을 믿을지 모르겠다'는 응답이다.
트럼프의 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도 양 집단 사이에서 갈렸다. MAGA 지지층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했다고 응답한 반면, 비MAGA 지지층은 46%만이 이같이 생각했다.
MAGA 지지층의 73%는 5년 후 개인 재정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낙관했다면, 비MAGA 지지층의 긍정 답변은 57%에 그쳤다.
폴리티코는 최근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이미 지난해 대선 트럼프 지지 연합에서 이완 조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라틴계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민주당 쪽으로 다시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의회 선거 가상대결에서도 MAGA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비MAGA 지지층은 60%대에 그치며 결속도가 상당히 낮았단 설명이다.
폴리티코는 "이제 공화당에는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4년 남짓 시간이 있을 뿐이며, 그 안에 트럼프 유권자를 '안정적 공화당 지지층'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MAGA 정치의 후계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