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소속 박용갑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사고 현황
포스코이앤씨·대우건설·삼성E&A·동부건설 등 현장에서 사망자 발생
정부 수사권 해외 영향 한계..."현지 문화·제도 고려한 안전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최근 5년간 국내 주요 건설사의 해외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사고와 연루된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장에서도 체계적 안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해외건설촉진법 등 관련 법규에는 해외 사고 기업에 대한 제재 근거가 존재하지만, 현지 수사 난이도와 핵심 조항의 모호성이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사건이 현지 조사로 종결되면서, 해외 현장의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실(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건설사 해외 현장 사망사고'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달까지 신고된 사망사고는 총 13건이다. 2020년 6건, 2021년 1건, 2022년 2건, 2023년 2건, 2024년 2건 등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지난해 사고 2건이 모두 올해 국토부 측으로 신고되는 등 사고 발생과 실제 신고간 시차가 존재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에도 아직 미신고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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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건설사 해외 현장 사망사고 발생 현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기업별 사망사고 건수로는 삼성물산이 2건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 1월 방글라데시 다카공항 사업장에서 철골이 쓰러지면서 지게차 작업 중이던 현지인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 사업장에서 천장 전등 작업 중 전등이 낙하해 현지인 근로자가 숨졌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주관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동일 해외 사업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일부 사업장의 안전 관리가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준다.
올해 국내에서 중대재해 5건을 기록한 포스코이앤씨는 해외 현장에서도 사망사고를 겪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2X600MW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서 2021년 5월, 현지인 근로자가 휴게실로 이동하던 중 낙뢰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9월 국내 사망사고 2건을 경험한 대우건설 역시 해외에서 사고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이라크 알포 방파제 프로젝트에서는 2020년 10월, 자국민 근로자가 현장 내 체력단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장 최근에 해외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삼성E&A와 동부건설이었다. 삼성E&A의 사우디아라비아 'AGIC 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5월 자국민 근로자가 배관 압력을 시험하던 중 배관이 파손돼 사망했다. 동부건설의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 로스초로스 교량 건설 및 도로확장사업' 사업장에서는 와이어로 묶여 있던 기둥 철근이 와이어 제거 후 넘어지면서 현지인 근로자 3명이 숨을 거뒀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현지 정부의 조사와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다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 이외의 모든 사업장을 적용 범위로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해외 사업장이어도 국내 건설사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용노동부가 현지에서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실제 처벌까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행 해외건설촉진법에도 제재 근거가 담겨 있다. 이 법은 국토부가 해외건설사업자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대외적인 공신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사업의 시공자를 다른 해외건설사업자로 교체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때 기존 사업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대외적 공신력 훼손 우려'의 범위와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실제 사고에 대해서는 대부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안전 사각지대'가 이어질 경우 해외 현장으로 파견 근무를 가는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사망 근로자의 국적과 관계 없이 중대재해 발생 자체만으로 국내 건설사에 대한 해외 발주처의 신뢰가 저하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외 발주처는 입찰 시 기업의 사고 이력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사가 해외 사업을 수주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현장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현지 문화와 제도를 이해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 관리자들이 해외 근로자를 관리할 때 현지 안전관리 문화가 국내와 다를 수 있다"며 "해외 문화에 맞는 관리를 위해 관리자급 인력에도 현지인 채용과 해당 국가 법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호평받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해외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업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