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배우, 아이돌, 방송인 등 유명 연예인들의 에세이 출간이 서점가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 현상은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 시장에서 확실한 판매 보증 수표로 인식되며 출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스타들에게는 이미지 관리와 대중과의 진솔한 소통, 나아가 브랜딩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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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배우 박중훈이 4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04 yooksa@newspim.com |
2025년 3월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 이창섭의 에세이 '적당한 사람'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며, 연예인 에세이 트렌드의 강력한 파급력을 입증했다. 이창섭은 그룹 활동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특유의 감성과 솔직한 매력으로 팬덤을 확장해왔고, 이러한 영향으로 '적당한 사람'은 예약 판매 단계부터 화제를 모으며 출간 직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책의 구매 비중은 여성 독자가 93.8%로 압도적이며, 주요 독자층은 20~30대로 나타나, 에세이가 팬덤에게 스타의 내면을 공유하는 핵심 '굿즈'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2023년 판매 동향 자료(2024년 발표)에 따르면, 에세이 출간 종수는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3년 총 4136종에 달했다. 특히 푸바오, 배우 김혜자 등 화제성 높은 유명인들의 에세이가 인기를 모으며 2023년 하반기 판매량이 상반기 대비 15.8% 증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유명인들의 책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이 자리한다. 연예인의 에세이는 출간과 동시에 대형 팬덤의 구매를 기반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직행하며, 출판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유명 연예인을 확보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섭외 경쟁과 출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배우 박중훈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영화는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작품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출판은 그 정도의 비용이 쓰이지 않아 조금 부담이 덜 됐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이 출간 계기의 한 부분이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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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하정우가 '걷는 사람, 하정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연예인 스스로도 에세이 출간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 창구를 확장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활용한다.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내면의 이야기, 삶의 굴곡과 성찰을 담아냄으로써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 깊이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다.
실제로 방송인 허지웅의 투병기나 가수 양준일의 성장 스토리 등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팬덤을 넘어 일반 독자층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구매층인 30~40대 여성은 책을 통해 스타의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스24 에세이 MD 관계자는 "스타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삶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최근 연예인 에세이는 팬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며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는 뉴스핌과 인터뷰를 통해 "평소에 책을 안 읽던 팬들도 팬심으로 에세이를 구매 함으로써 도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의 영향력은 신간 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존 도서의 판매까지 끌어올리는 '스타 효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영향으로 역주행하는 도서들이 주목받고 있다. 방송인 홍진경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다룬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종합 18위로 급상승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원작 소설 '미키 7'도 73계단 상승하며 종합 24위에 오르는 등 유명인의 콘텐츠 파급력이 출판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유명세에 기댄 상업화, 문학적 가치에 대한 논란, 그리고 출판 시장의 불균형 심화가 문제로 제기된다. 'SNS 글을 묶은 수준'이라는 일부 비판처럼 질적 저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체적인 출판 시장에서 연예인 출판의 비중은 크지 않기는 하다. 연예인들이 쓴 책이 베스트 셀러에 잠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전문 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문제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