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뉴스핌] 우승오 기자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철로 바닥에 깐 자갈이 튀어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해마다 100건 안팎으로 발생하면서 열차 지연과 막대한 유지 보수 비용 지출은 물론 승객 안전마저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한국철도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민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자갈로 인한 고속열차 유리창 파손 건수는 663건이다.
![]() |
자갈 궤도로 인해 고속열차 유리창이 파손됐다. [사진=손명수 의원실] |
연도별 발생 건수는 ▲2020년 62건▲2021년 141건▲2022년 95건▲2023년 92건▲2024년 139건▲2025년(8월 말 기준) 134건이다.
더구나 피해는 고속열차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고속열차에 견줘 속도가 느린 일반·광역열차에서는 같은 피해가 보고되지 않은 반면 고속열차의 경우 같은 기간 유리창 파손 사고가 ▲KTX-산천 428건▲KTX 225건▲KTX-청룡 8건▲KTX-이음 2건이 발생했다.
철도 자갈 사고는 운행에도 직접 차질을 초래한다. 최근 5년간 창문 파손 사고로 인한 열차 총 지연 시간은 약 71시간이다. 2022년의 경우 12월 한 달 동안만 유리창 파손 사고가 138건이 발생해 총 31시간 이상 지연됐다. 파손된 유리창 하나를 교체하는 데만 약 4시간이 걸리는데, 운행 중 파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속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열차 지연이 불가피히다.
유지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고속열차 유리창 수리에만 약 15억 원을 투입했고, 해마다 평균 2억 5000만 원이 들었다. 사고 1건에 수리비가 230만 원가량 드는 셈이다.
이 같은 사고가 줄곧 발생하는데도 고속선 자갈 궤도 개량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일반선은 아예 콘크리트 궤도로 공사를 하거나 자갈 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개량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진행 중이지만 고속선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개량 실적이 전무하다. 피해는 고속열차에 집중되는데도 개량은 일반선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고속선을 개량하는 데는 제약이 뒤따른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일반선(평균 시속 150km)에 견줘 작업 난이도가 높다. 개량 작업을 하려면 운행 속도와 횟수를 제한해야 하는 만큼 시공 과정에서 승객 불편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 철도연구원은 대응책으로 오는 2026년부터 고속철도 전용 '사전 제작형 급속 개량 궤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자갈을 걷어내고 이미 제작한 콘크리트 블록을 끼우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기술 과 장비 개발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
손명수 국회의원. [사진=뉴스핌 DB] |
손 의원은 "고속열차의 잦은 유리창 파손은 단순 불편을 넘어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승객들이 믿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루빨리 기술 개발과 궤도 개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seungo215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