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평화 중재자 주목·노벨평화상 노림수"
트럼프 개인적 야망이 미 외교정책의 주요 동력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식 주재를 내걸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부인했지만 평화의 중재자로 주목받길 원하고 나아가 노벨 평화상을 욕심내온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야망이 미국의 주요 외교 사안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6~28일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되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정부가 회의 기간 중 태국과 캄보디아 간 상징적인 평화협정서명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도록 허락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의향은 있지만 자신의 지역 평화 중재 노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전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또 백악관이 중국 관리들을 서명식에서 배제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중국이 그동안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서 실질적인 평화 중재자로 나섰던 사실을 덮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 참석을 평화협정 서명식 개최 여부에 연계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이 평화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재한 것이다. 중국은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놓고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말레이시아 내에서 매우 인기가 낮은 미국 대통령에게 굴종하는 모습으로 비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원해온 탓에 말레이시아 내에서 반미 정서가 확산되면서 쿠알라룸푸르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특별 대우'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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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회동하며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국제적 평화 중재자로 인정받기 위한 캠페인이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끝나지 않는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소 두 개의 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역할은 그의 발언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평화 중재자 역할 집착은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 욕심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자신이 받지 못한다면 '큰 모욕'이라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특별한 외교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여러 외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야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