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신세계동서울PFV 지분 10% 매각...신세계프라퍼티가 인수
자산 매각 통한 유동성 확보 전략...기존 시공 포트폴리오와도 온도차
광진구 구의동 546-1 일대 지하 7층~지상 39층 초대형 복합시설 조성
내달 재열람공고 완료 후 결정고시 예정...인허가 거쳐 2026년 하반기 착공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1990년대부터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소유했던 HJ중공업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지난해 신세계프라퍼티에 부지 양도를 완료한 데 이어 최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을 시행하는 법인의 지분을 전부 매각하면서다. 사실상 신세계그룹이 단독 시행으로 전환되면서 개발계획 수립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J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 지분 10%(221억원)를 매각했다. 신세계동서울PFV는 2019년 HJ중공업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을 위해 세운 시행법인이다. 이번에 HJ중공업 몫을 신세계프라퍼티가 매입하면서 해당 법인의 지분은 ▲신세계프라퍼티 90% ▲이마트 5% ▲한국산업은행(관리신탁) 5%로 변화했다. HJ중공업 지분이 빠지면서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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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개요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은 서울 광진구 강변역로 50번지(구의동 546-1) 일대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 부지에 초대형 복합시설을 짓는 것이다. 지하 7층~지상 39층, 연면적 3만6689.4㎡의 복합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에는 버스터미널이, 저층에는 판매·문화복합시설이, 고층에는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신세계동서울PFV의 공공기여를 통해 인근 '구의공원'은 지상에 녹지, 지하에 체육관·커뮤니티홀·어린이 열람실 등을 갖춘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1978년 문을 연 동서울터미널은 2000년대부터 시설 노후화로 인한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초 부지 소유주였던 HJ중공업은 개발사업을 직접 주도하고자 했다. 2011년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2016년 조선업 불황으로 재무가 악화되자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4025억원에 부지를 신세계프라퍼티에 매각하고 신세계동서울PFV가 사업을 지휘하는 방향으로 2019년 신세계프라퍼티와 협의했다.
기대와 달리 사업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HJ중공업과 일부 터미널 입주상인들간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상인들은 퇴거를 조건으로 터미널 입주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HJ중공업은 2018년 상인들이 작성했던 화해조서에 재개발 사업 진행 시 임차인의 퇴거 의무 조항이 포함됐다는 것을 근거로 입주권 제공에 선을 그었다. 이에 상인들이 화해조서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졌으나 1심, 2심, 대법원은 모두 HJ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임차인 대다수가 퇴거를 완료한 상태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은 개발수익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서울터미널에는 하루 110여 개 노선, 평균 1000대가 넘는 고속·시외버스가 오간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향후 개발되는 터미널 및 상업·문화시설의 운영·임대수익이 기대된다. 또 현재 지상에 위치한 터미널을 개발사업을 통해 지하공간으로 옮기고 지상의 3만6689.4㎡ 공간을 모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따라 주상복합도 지을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
그럼에도 HJ중공업이 신세계동서울PFV 지분을 내려놓은 것은 회사가 재무지표 개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565%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2016년부터 자산에 비해 부채가 과도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존 주력 사업이던 건설업이 업황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HJ중공업은 앞서 인천 북항 부지, 원창동 토지를 매각하는 등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더해 HJ중공업 건설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번 사업 내용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도 이탈의 이유로 읽힌다. HJ중공업은 ▲토목(도로·철도·항만시설) ▲건축(공항·아파트) ▲플랜트(발전소·유류저장시설) 등 공사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 분야 시공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분야에 대한 시공 뿐 아니라 시행은 HJ중공업의 주요 역량과 거리가 더 있다.
사업 주체가 단일화되면서 사업 진행에 속력이 붙을 전망이다. 향후 신세계프라퍼티는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의 재열람공고가 진행되고 있다. 내달 14일 재열람공고가 마무리되면 결정고시를 거쳐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건축허가 등 인허가 절차가 진행된다. 착공 목표는 이듬해 하반기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HJ중공업이 매각한 신세계동서울PFV 지분을 인수했다"며 "이 사업을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를 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J중공업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의 일환으로 신세계동서울PFV 지분을 매각했다"면서도 "향후 HJ중공업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시공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