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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찬욱 감독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 짊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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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글로벌 관객들과 만났다.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과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상영된 이후 국내 관객을 만나기 전, 박찬욱 감독은 "덤덤하다"면서도 그의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반응을 먼저 궁금해했다.

"하루 스코어를 가지곤 판단이 섣부를테니까, 잘 물어보진 않았어요. 영화가 알아서 자기 운명대로 갈 길을 가겠죠. 사실 부담스럽죠.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것 같아 가지고요. 평소에 그런 책임감을 잘 느끼는 편이 아닌데 이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박찬욱 감독은 전작 '헤어질 결심'이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끝난 이야기라고 했다면 이번 작품은 집에서 시작해 회사에서 마무리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유만수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영어의 you(당신), man(남자)라는 단어를 차용해 짓게 됐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보편성과 상징성을 집어넣었음을 밝혔다.

"영어로 자막 처리를 했을 때 '유'가 당신으로, '만'이 맨, 남자라고 표기되는 걸 생각했어요.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하는 영화로서 이렇게 짓고 싶었고요. 극중에 유지, 보수만 수 차례라고 하는 말장난은 원노 역 배우의 즉흥 대사였어요. 그 친구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에게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처음에 등장할 때도 차에서 내려서 립밤을 바르는데, 그 친구 생각이었어요. 키는 거의 2m 가까운 거인인데 조그만 립밤을 바르면서 등장하는 게 저도 너무 웃기더라고요. 캐릭터에도 맞고요."

박찬욱 감독의 이번 작품은 노동자의 해고 이슈를 다루면서도, 노동 계급의 격렬한 저항이나 사측과 대립하는 장면은 거의 만날 수 없다.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으면서도, 인간 개인에 대한 연민에 더 집중했다는 느낌이다. 만수를 중간계급으로 설정하면서 중산층이라 체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공감대를 넓혔다.

"아주 기본 설정이 이미 자본주의 속 사람들의 삶과 욕망에 대한 풍자는 기본으로 잡혀있기 때문에요. 그 설정 안에서 어떻게 사람을 묘사할 것이냐. 연민이 중요하죠. 밥을 굶을 정도도 아닌데, 집이라도 팔지. 마트 가서 짐이라도 나르지 왜 안 그러느냐, 결국은 중산층의 욕망이 자기계급, 생활 수준 그리고 너무 타인과 비교가 쉬운 이 시대에 요만큼도 전락하기 싫은 것. 이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냐는 질문은 계속 관객이 해야 되고 계속 유도를 해 왔고요. 한편으론 이해가 돼요. 정말 쉽게 전락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그 경계선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는데 만수가 이해도 됐다가 저러면 안 된다는 도덕적인 판단도 했다가 관객이 그렇게 계속 왔다 갔다 한 영화이길 바랐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특히 '어쩔수가없다'는 시작부터 처절한 투쟁의 영화가 아니라 만수의 개인적인 욕망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천천히 조명하는 작품으로 나아간다. 그럼에도 결국은 해고당한 만수도 중간계급, 관리자도 노동자이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인구 비율이 많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남 얘기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계급 간의 갈등과 전쟁을 다룬 영화는 아니고 하나의 계급 안에, 중간 계급 안에서 경쟁하면서 죽고 죽이는 이야기니까 더 비극적이라고 생각해요. 더 불쌍하고요. 예를 들면 해고된 뒤에 소송이나 노동 운동을 한다든가 애초에 왜 이 회사는 노조도 없는지, 많은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이 안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거시적으로 봤을 때에는 안타까운 사람들이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는,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에 갇힌 사람들이 죽고. 결국은 인간 경쟁자를 없앴더니 AI가 자리잡고 있죠. 모든 게 다 허망해지는 그런 투쟁의 얘기죠."

만수의 아내인 미리를 연기한 손예진의 캐스팅과 연기,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박찬욱 감독은 "미리는 만수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미리는 천성이 낙천적이고 즐겁게 사는 사람이고 취미도 많고 그러다 위기에 몰리니 취업도 하죠. 그렇지만 또 댄스 파티는 가고싶은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만수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의심하고, 형사가 왔다간 뒤에도 떠보기도 하죠. 무슨 나쁜 짓을 했구나, 캐치를 하고도 '당신이 무슨 안 좋은 일을 해도 그건 나도 같이 하는 거야 알았지' 하는 게 결국 그 이유는 자기와 아이들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거예요. 남을 탓하는 사람과는 반대로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그러면서도 미리가 만수를 용서하고 재결합했을 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결말을 열어뒀다. 박 감독은 "미리의 비중이 조금씩 늘기도 했고 계속해서 함축적인 대사를 위해 수정을 거쳤다"면서 역할에 만수 못지 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예진 씨가 들어오면서 분량은 작지만 그래도 때 친구들이 영화 보고 나와서 너 왜 출연했어라고 묻지 않게만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약속을 했죠. 지키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했습니다. 편집 끝나고 후시 때까지도 계속 그 한 마디 약속이 무서웠어요. 유명한 친구들 민정 씨는 이정현 씨 공효진 씨 등등 무서운 친구들이 정말 인정하고 칭찬해줄 만한 역할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미리가 부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에요.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회복과 파탄의 증거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둘 다 있거든요."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영화신에서 마니아들을 거느리고도 박찬욱 감독은 여전히 '재밌는 영화'에 집착하고 있다. "오로지 그 고민밖에 안한다"고 고백한 그는 관객이 단순히 웃고, 환호하고 박수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감상에 푹 빠지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그 고민밖에 안 하죠.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이해할까. 이 스토리를 파악하면서 나와 함께 따라 가느냐하고 그 다음에 좋아할까. 당연히 단순하게 그냥 웃거나 환호하고 박수 치고 그런 것만은 아니죠. 때로는 억울하고 역겨울 수도 있고 눈을 가릴 수도 있지만 그런 것조차도 다 재미있어 하는 것에 한 부분이라고 본다면 그냥 역겹기만 한 게 아니라 그 필요성도 인정되고 다시 또 빠져들면서 그게 또 바탕이 되어서 나중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면요. 그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넓은 의미에서 다 재미있는 것이고 그게 다지 그 밖에 뭐가 있겠어요. 아무도 이해 못하는 장면, 아무도 좋아할 수 없는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 사랑받고 이해되고 오래 살아남아서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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