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파트너십 75주년 맞아 협력 강화
대한항공 50조원 발주 계약 영향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보잉코리아가 한국과의 협력 75주년을 맞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대폭 확대하고, 민·군 항공우주 산업 전반에서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투자액이 지난해 대비 최대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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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이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24 aykim@newspim.com |
셰이퍼 사장은 "보잉은 지난해 한국에 3억2500만달러(약 4535억원)를 투자했는데, 올해 수익 규모와 B737, 787, 777-9 항공기 생산 증대 계획을 고려하면 투자액이 최대 50%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대규모 항공기 발주가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777-9 항공기 20대, 787-10 항공기 25대, 737-10 항공기 50대, 777-8F 화물기 8대 등 총 103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62억달러(약 50조5300억원)로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규모다.
셰이퍼 사장은 "대한항공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온 결과"라며 "향후 20년간 4만3000대 규모의 항공기 교체 및 도입 수요에 대비해 부품 수급과 차세대 모델 적용 기술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잉은 국내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에 총 270여대의 민간 상용기를 공급해 6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군용기 역시 F-15K, CH-47, AH-64, P-8 등 150여대가 도입된 상태다.
보잉코리아는 한국의 첨단 기술력을 활용한 연구개발 확대에도 나선다.
셰이퍼 사장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인공지능(AI), 항전 및 전자공학, 데이터솔루션 등을 핵심 연구분야로 삼아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R&D 인력을 20%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잉코리아는 차세대 항공기 적용 운영체제인 '보잉 리눅스'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보잉한국기술연구센터(BKETC)에서 근무하는 1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은 AI를 활용한 생산 자동화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한국의 세계적 수준의 제조기술과 생산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배워 차세대 항공기 생산에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도 더욱 강화된다. 보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LIG넥스원, 대한항공 등과 F-15K의 항전장치와 비행제어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해왔다. KAI는 보잉의 아파치 헬기 동체를 제작하고 있으며, LIG넥스원·LG와는 OLED 기술을 항공기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 정부가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여러 국가에 수출할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공동 생산을 통한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파치 헬기에서 드론을 발사할 수 있는 '드론 이펙트' 등의 기술을 한국 방산기업과 공동 개발해 호주, 폴란드 등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보잉의 협력은 1950년 대한국민항공(현 대한항공)이 DC-3 항공기를 도입하고 공군이 F-51D 머스탱 전투기를 운용하면서 시작됐다. 75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보잉은 한국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 4위,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하는 혁신 정신과 문화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소프트웨어 개발, AI 엔지니어링, 자동화, 조선업, 자동차 제조업 등을 선도하고 있다"며 "최첨단 항공우주 기업으로서 한국 혁신의 정신과 문화를 활용해 차세대 혁신을 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무역협상에서 항공우주 분야 관세 면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과 유럽처럼 한국에서도 관세 면제 조항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공급망 파트너들과 매우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