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스팟, IPO 도전… 엔알비는 최근 상장
투자난에 고꾸라진 기업도 다수
기술 발전 위한 정부 차원 지원 절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결합) 산업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흑자 전환과 신사업 성과를 기반을 둔 일부 기업은 증시 입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대다수는 투자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발목 잡히며 파산이나 상장 무산 위기를 겪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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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롭테크 업체 연도별 매출액, 전년 대비 증감액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스위트스팟 등 프롭테크 일부 기업, 성장세 속 IPO '기지개'
5일 업계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운영 및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스위트스팟'이 지난달 말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핵심 사업은 팝업스토어 솔루션과 상업용 부동산 임대·자산 관리(LM·PM)로, 현재까지 산업은행·우미그룹 등에서 누적 180억원의 투자를 유지했다.
IPO 추진 계기로는 2015년 설립 이후 첫 흑자가 꼽힌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사동 등 주요 상권에서의 팝업스토어가 인기몰이를 하며 전년 대비 약 51%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트스팟은 상장 후 부동산 서비스 기업에서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을 혁신하며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며 "상장을 통해 핵심 사업의 성장을 가속하고,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8일 모듈러 건축 분야 스타트업 '엔알비'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가 2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발행 신주(210만주)에 따른 공모 금액은 441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2190억원 규모다.
'엔알비'는 포스코이앤씨의 자회사인 건축 서비스 기업 포스코A&C 출신 임원들이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국내 유일한 모듈러 고층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최고 22층 높이 모듈러 공동주택인 경기 의왕시 의왕초평 A-4BL도 짓고 있다. 국내 최고 높이다.
엔알비는 VC(벤처캐피탈)로부터 상장 전 자금조달 단계(프리IPO)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IPO 준비에 나섰다. 당시 엔알비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450억으로, 전 시리즈 투자를 포함한 누적 투자금은 26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수 년간 매출 성장세를 이어온 데 따른 결과다. 2022~2024년 매출액은 각각 180억원, 515억원, 528억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억원, 121억원, 62억원로 집계됐다. 2022년 156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23년부터 15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20억원을 남겼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2분기에 수주한 공동주택 프로젝트와 영구학교 및 기숙사 관련 제품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된다"며 "수주산업 특성상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하반기부터 영업이익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대다수 프롭테크 업체, 침체 속 고전… 구제책 없나
부동산 업황 부진으로 상장은커녕 투자 유치도 받지 못하는 회사가 늘어나며 프롭테크 업계도 고심 중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프롭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 금액은 2231억원으로 전년(3092억원)보다 27.8% 줄었다. 2021년 2조6943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로 떨어진 셈이다. 투자를 유치한 기업 수도 2022년 80곳에서 70% 감소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프롭테크 산업은 급성장하다가 2022년부터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지금까지 더 비싼 자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투자금과 물량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는데 경기 호황기에 최적화된 모델이고 침체기에는 오히려 손실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상장에 나서 안정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 회사는 '리파인' 정도에 그친다. 2021년 3600억원대로 코스닥에 입성한 이 회사는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02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주요 업무는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에서의 권리조사다. 지난해 매출은 678억원, 영업이익은 205억원으로 각각 나타났으며 당기순이익은 206억원이었다. 자산총계 1816억원으로 상장 당시보다 다소 위축된 상황이다.
IPO를 추진하다 고꾸라진 회사도 있다. 지난해 7월에는 3D 공간데이터 전문기업 '어반베이스'가 파산했다. 국내 아파트 10만여 곳의 3D 도면을 구축해 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았던 곳으로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레 얼어붙으면서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 호황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단숨에 프롭테크 업계 인지도 1위 자리에 오른 '직방'도 IPO와는 거리가 멀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부상하면서 IPO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으나, 내부에서는 아직 IPO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직방 관계자는 "통상적인 IR(기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IPO를 정식으로 추진한 바는 없다"며 "향후 계획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프롭테크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장단계에 접어든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의 발전 토대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기욱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프롭테크 전반을 다루는 공신력을 가진 통계를 생산해 모니터링에 힘써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강모 연세대 교수는 "마이데이터 사업, 공공정보 개방은 프롭테크 발전에 부스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빅테크 규제는 성장단계의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에 일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