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수 265만 명, 논버벌 퍼포먼스 화제작
셰익스피어 '맥베스'와 히치콕 영화의 결합
구 대한극장 건물 전체를 공연장으로 리모델링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일단 지금까지 봤던 모든 공연을 상상하고 관람하러 간다면 입구부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작은 명판 하나만 붙어 있는 커다란 문을 열고 공연장으로 입장한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소지품을 맡기고, 플레이 카드를 받는다. 이후 관객은 작고 어두운 미로를 지나 위층으로 올라가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출발점이자 종착지인 '맨덜리 바(Manderley Bar)'에서 웰컴투 드링크를 한 잔 마신 뒤 지급받은 가면을 쓰고 나면 전혀 다른 세상과 조우한다. 어둡고 캄캄하고 종잡을 수 없는 공연장이 관객을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벽을 잡고 이동하다 보면 때로는 다이내믹하고, 때로는 황당한 상황과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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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슬립 노모어 서울'. [사진 = 미스잭슨] 2025.08.21 oks34@newspim.com |
21일 개막한 '슬립 노 모어 서울(Sleep No More Seoul)'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Macbeth)'를 알프레드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로 재구성한 논버벌(Non-verbal) 퍼포먼스이다. 이머시브 콘텐츠 제작사 미스 잭슨(Ms.Jackson)이 선보이는 '슬립 노 모어 서울'은 원작사인 펀치드렁크(Punchdrunk)와 함께 올해 1월 막을 내린 뉴욕 공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장면과 스케일을 확장시킨 작품이다.
충무로의 상징이었던 대한극장을 1930년대 스코틀랜드 배경으로 새롭게 구성한 '매키탄 호텔(The McKithan Hotel)'에서 슬립 노 모어 역사상 가장 큰 스케일의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관객이 극의 일부가 되어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독창적인 몰입 경험으로 글로벌 누적 관객 265만 명 기록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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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슬립 노모어 서울'. [사진 = 미스잭슨] 2025.08.21 oks34@newspim.com |
일단 가면을 쓰고 입장하면 관객이자 출연자가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 직접 결정하며, 각자의 여정에 따라 매번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관람하다 보면 자칫 별로 본 것도 없이 어둠 속을 헤매다가 나올 수도 있다. 1층부터 7층까지 모두 무대로 꾸몄기에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장소도 다양하다.
맥베스의 등장인물들이 때로는 강렬한 춤으로, 때로는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묘기로 공연하지만 한 편의 연극처럼 집중하고 볼 필요도 없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관객들은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으면서 공동묘지와 성당, 중세풍의 병원, 무도회장 등을 정처 없이 헤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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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슬립 노모어 서울'. [사진 = 미스잭슨] 2025.08.21 oks34@newspim.com |
이 때문에 몰입형 연극, 산책로 연극, 환경 연극 등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가면을 쓴 관객들과 달리 맨 얼굴의 배우들은 관객들의 존재를 무시한 채 연기에 몰두한다. 아름다운 미녀가 가운을 벗고 전라 상태에서 목욕을 하는가 하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절규하기도 한다. 일부 관객들은 두 시간여 동안 건물 안을 헤매면서 심리적 아노미 상태를 경험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취향에 맞지 않아서 크게 실망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미스 잭슨 박주영 대표는 "처음 뉴욕에서 '슬립 노 모어'를 봤을 때 느낀 전율을 그대로 한국에 소개하고자 오랜 시간 펀치드렁크와 함께 준비한 끝에 드디어 서울 공연의 막을 올리게 됐다"면서, "충무로 대한극장이 지닌 상징적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아티스트와 창작 진, 관객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감동과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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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슬립 노모어 서울'. [사진 = 미스잭슨] 2025.08.21 oks34@newspim.com |
원작사 펀치드렁크는 "서울이라는 놀라운 역사와 에너지가 살아 있는 도시에서 '슬립 노 모어'를 새로운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라고 전하며, "특히 한국의 상징적 공간인 대한극장에서 미스 잭슨과 함께 완성한 이번 공연은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슬립 노 모어 서울'은 지난 7월 24일부터 이어진 프리뷰 및 프리 오프닝 공연 모두 단시간 매진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본 공연은 21일부터 시작됐다. 관람은 19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