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찰청 '2차 가해 범죄 수사팀 신설'
30일 경·검 '이태원 참사' 합동수사팀 출범
"2차 가해는 범죄라는 사실 명확히 하고 사례 구체화해야" 지적도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사회적 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차 가해 방지 대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처벌과 관련 제도는 여전히 미흡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2차 가해가 범죄에 해당되는 만큼, 벌금형을 없애거나 법정형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경찰과 검찰 등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수사팀을 출범하며 제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2차 가해가 범죄라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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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차 가해' 대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처벌과 관련 제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지난 28일 경찰청은 주요 참사와 사건사고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2차 가해 범죄에 대응하는 '2차 가해 범죄 수사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30일에는 검찰과 경찰이 '이태원 참사' 합동수사팀을 출범했다. 수사 대상에는 2차 가해 사건이 포함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 유족과의 대화 중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경찰청장 대행에게 "반드시 상설 전담 수사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사회적 참사 이후 2차 가해는 계속 발생중이다. 최근에는 모 대학교 실기대회에서 제주항공 참사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출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관련해 허위사실 등을 유포해 검거된 2차 가해자는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차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 집행유예 등에 그친다.
지난 6월에는 제주항공 참사 관련 악의적인 허위글을 게시한 30대가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 2022년에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SNS에 이태원 참사 유족 등을 대상으로 '자식을 팔아 한몫 챙긴다'는 등의 글을 올려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지난해 2심까지 징역형 선고 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실질적 처벌을 피했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2차 가해의 범위가 좁은 것 같다"며 "지금도 조롱이나 모욕, 유가족 대상 사기 등 문제가 있는데 범위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해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설만이 아니라 문제 출제가 더 2차 가해가 심각한데 수사를 하면서도 2차 가해인지 아닌지 애매한 부분이 많을 테니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차 가해가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건수 백석대 범죄수사학 전공 교수는 "2차 가해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며 "하나의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하고 사례를 구체화 해 처벌 방안 마련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2차 가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참사 2차 가해 범죄의 동기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거나 어떤 인기나 관심을 끌려는 개인적인 이익에 기인하는 경우 등이 있다"며 "이익이 된다고 하면 아픔이나 사회적 정의를 무시하려는 행태가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이 2차 가해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자체는 그렇게 중한 범죄가 아니다보니 보통 벌금이나 집유가 나오고 아주 심하고 상습적인 경우만 실형이 나온다"며 "2차 가해 관련 법을 신설해 법정형을 상향하거나 벌금형을 없애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면 조금 더 중요하게 선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