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유럽연합(EU) 수입품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범유럽 벤치마크 지수와 독일, 프랑스 증시는 하락했고,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올랐다.
영국의 FTSE 100 지수는 지난 10일 기록한 전고점(8975.66)을 2거래일 만에 또 돌파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0.35포인트(0.06%) 내린 546.99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94.67포인트(0.39%) 떨어진 2만4160.64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1.12포인트(0.27%) 하락한 7808.17로 마감했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56.94포인트(0.64%) 오른 8998.06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08.47포인트(0.27%) 상승한 4만186.35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6.80포인트(0.19%) 오른 1만4036.00으로 마감했다.
![]() |
영국 런던의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EU에 적용할 관세율이 30%라고 발표했다. 유럽 시장은 큰 실망과 깊은 좌절에 빠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 무역·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트럼프 발표 직전까지도 미국과 EU간 협상이 막판에 다다랐으며 양자는 포괄적 협상안에 근접해 있다는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30% 관세'는 이 모든 기대와 희망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폭탄성 발언이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날 EU 무역장관 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원칙적인 합의에 상당히 가까이 왔지만 양측간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었다"며 "30% 관세가 부과되면 대서양 무역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회담이 실패할 경우 우리는 EU 경제를 보호해야 하며 재균형 조치(보복 관세)를 취해야 한다"며 "오늘 회의에서 EU 회원국의 무역장관들이 전달한 메시지는 미국과 논의를 시작한 이후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국에는 고율의 관세에서 한 발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와 관측도 제기됐다.
HSBC의 유럽 당당 수석 경제학자 시몬 웰스는 "(다음달 1일에) 30%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이는 최종 결론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과 경제적 반응은 이 고율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섹터 움직임 중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자동차의 하락이 크게 눈에 띄었다. BMW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약 2%씩 주저앉았다.
미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주류도 약세를 보였는데, 코냑 브랜드인 레미 마틴과 루이 13세를 소유한 레미 코앵트로는 3.4%, 마르텔과 오지에의 소유주인 페르노리카는 1.2% 하락했다.
유로존 은행주는 0.5% 상승하며 전체 지수의 하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방코 BPM, BPER 방카, 방카 포폴라레 디 손드리오 등이 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차 엔진 변속기 생산업체인 독일의 렌크는 케플러 슈브뢰가 이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등급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4.3% 뛰었다.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치료 저항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 시험에서 신약 박스드로스타트(Baxdrostat)가 혈압을 크게 낮췄다는 발표와 함께 2% 올랐다. 로이터 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 상승이 런던 FTSE 100 지수의 강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번주 투자자들은 유럽 주요 기업들의 실적 공개에 눈길을 돌릴 전망이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수요일(16일) 가장 먼저 스타트 라인에 선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의 월간 소비자 물가 데이터도 주 후반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