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하철 환기 필터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전(前)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조영희 부장검사)는 13일 업무상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전 서교공 직원들을 구속기소하고, 필터 제조·판매 업체 대표와 전 영업이사를 각각 불구속·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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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핌DB] |
전 서교공 기술본부장(상임이사) 김모 씨, 기계처 처장 최모 씨, 기계처 부장 이모 씨 등 3명은 2023년 12월 무악재역 등 4개 역사 환기설비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A사와 총 22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서교공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A사에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지하철 역사 환기설비 개량을 위한 공조기(공기순환장치) 내 자동세정형 금속필터 시스템은 동종업계에 대용품이 존재해 지방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며, 2022년 12월 설립돼 신생 업체인 A사가 제시한 가격은 정상가의 약 2배로 부풀려져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김 전 본부장 등이 A사 관계자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A사가 약 22억원에 '4개역 자동세정형 금속필터 시스템 제작구매 설치'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특혜를 주고, 이 과정에서 총 2억1000만원 상당의 현금 등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유사품 생산업체의 예상 견적가는 약 10⁓12억원이며, A사의 제조원가는 약 8억9000만원이라고 봤다.
김 전 본부장은 전 A사 영업이사 김모 씨로부터 A사의 금속필터를 납품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며느리 계좌로 1억3000만원, 160만원상당의 명품 만년필, 15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 서비스를 수수한 혐의, 이 전 부장은 수의계약 체결에 편의를 제공하고 동생 및 지인 명의 계좌로 779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도 있다.
김 전 본부장 등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사로부터 받은 돈이 모두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며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이사로부터 "차용금이라는 기존 진술은 김 전 본부장의 회유에 따른 것이었고 사실은 특혜 대가로 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사의 계약 과정에서 형식적인 심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악용해 국고를 낭비하고 뇌물을 수수해 사적 이익을 취한 공기업 납품 비리를 엄단한 사례"라며 "검찰은 향후에도 구조적인 관납 비리 등 부패 범죄의 척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