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못 미치는 수가 인상률 불만
정책 결정 구조서 비의료인 비중 '3분의 2'
"현 수가 계약은 강제적이며 일방적 고시"
차기 정부에 거버넌스 구조 개편 등 요청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필수의료 만성 저수가 문제 해결책으로 수가 결정 구조에서의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요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2026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수가를 1.6%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유지 등을 위해선 저수가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의료계 측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협은 "이번 인상률은 각종 경제지표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일차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회원님들께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공단 우위의 불합리한 협상 구조가 이번에도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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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
보건의료 직역들은 매년 5월 이듬해 요양급여비용 협상을 공단과 진행한다. 의료계에서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수가 협상을 진행한다. 의협이 전체 의사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인 개원의들의 참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의원 유형 협상을 대표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공단과 의협은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를 1.6% 인상(점수당 단가 95.6원, 추가 소요재정 3037억원)으로 합의했다. 또 별도로 일차의료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약 19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환산지수란 요양급여비용 수가 결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지표이다. 행위별 상대가치점수를 실제 비용(금액)으로 환산하기 위한 단가를 의미한다. 즉, 각 의료행위에 부여된 상대가치점수(RVU: Relative Value Unit)에 환산지수를 곱하면 해당 행위의 건강보험 수가(요양급여비용)가 산출된다.
상대가치점수는 각 의료행위에 필요한 시간, 노력,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과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상대적 가치'를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매년 2%에 못 미치는 수가 인상률이 의원급 유형에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결정된 2025년도 의원급 수가 인상률도 1.6%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각각 3.6%, 2.3%였다. 또 의료계가 의원 경영난 악화와 필수의료 저수가 해결 등을 이유로 10% 인상을 요구하는 것과는 큰 격차가 있다.
의료계는 수가 결정 구조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수가계약제도에서 의료계측이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은 정책 결정 단계에서 의료인의 비중이 '5:5' 비율로 동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정책에 관련된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24명(가입자 대표, 의약계 대표, 공익대표 각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비의료인 위원의 비중이 '3분의 2'를 점하므로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수가계약의 전체 예산 규모를 결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의 전체 위원 30명(직장 가입자 대표, 지역 가입자 대표, 공익대표 각 10명)에 의료인 쿼터가 없는 점도 일각에선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정책 거버넌스 구조 개편을 위해 ▲의료계, 소비자, 정부, 보험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의 참여 비중 확대 ▲심사 기준 설정 및 적용에 있어 의료계의 실질적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정심을 자문·심의 중심으로 전환해서, 의결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결정의 합리성 확보를 위해 '가입자(일반 국민)·공급자(의료 공급자)' 위원을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제21대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 의협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대선 후보자 및 캠프 관계자 등을 만나며 차기 정부의 의사 거버넌스 참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의 수가결정 구조를 두고 "세계 유일의 강제 수가 계약이며, 협상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고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등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가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